(고 이운형 회장 조사) 세아홀딩스 김진규 대표
2013-03-18 전민준
35년이 넘게 회장님과 함께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힘이 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힘든 자리에 불러 세우십니까.
출장 떠나시는 전날,
자리 비우는 동안 회사를 잘 부탁한다고 하셨던 당부가
제게 남긴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슬픈 마음을 억누를 길 없었는데,
오늘 회장님 영전 앞에 서니 다시금 가슴이 미어집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하지만,
회장님께서 이렇게 황망(慌忙)히 우리 곁을 떠나시다니
비통함과 허망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따뜻하고 인자한 회장님의 모습,
함께한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워 눈물만 흐를 뿐입니다.
회장님,
회장님은 열정적인 세아인으로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경제인으로서,
인류애를 실천하는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데 일조한 분이셨습니다.
강관업계 최초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숨은 주역이자,
주요 계열사를 시장 선도 기업으로 육성시킨, 탁월한 리더이기도 하셨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한 문화예술단체 후원,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 사업,
국내외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소명에도 책임을 다하셨습니다.
2009년 철강업체들이 한파를 겪었던 이듬해 세아베스틸 주주총회에서는
대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저희들은 회장님의 인간적이고 겸손한 모습,
직원과 고객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고매한 인품에 깊이 감동하며
회장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이운형 회장님,
회장님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직원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보기 드문 경영인이자,
우리 세아인들의 스승이요 아버지셨습니다.
직원들에게 “같이 오페라를 보러 가자”시던 낭만적이고 소탈한 모습,
그룹 통합사옥 세아타워 입주 후 “52년 만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이게 되었다”며
기뻐하신 얼굴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이운형 회장님,
이제 저희들은 슬픔을 딛고 일어나 회장님께서 생전에 강조하신 것들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100년 기업 세아를 향한 회장님의 간절한 염원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의 핵심가치인 ‘정직’ ‘열정’ ‘실력’을 가슴에 품고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해주신 비전을 마지막 유언으로 삼아
기필코 전천후적으로 체질이 강한 세아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또한, 회장님께서 강조하셨던
‘고객의 입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지향의 문화’를,
‘협력회사와 상생을 추구하는 상호협력의 문화’를,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경영(正道經營)의 문화’를
세아의 기업문화로 다져가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존경하는 이운형 회장님,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데 평생을 바친 회장님의 열정과 업적은
세아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남은 저희들은 회장님의 유덕을 받들어 세아가 사랑받는 기업,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회장님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합니다.
이운형 회장님,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전 임직원을 대신해 삼가 당신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