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강관사 경영실적 선방과 시사점
지난해 철강 제조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업계를 대표하는 일관제철 2개사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0% 대에서 7% 수준으로 내려앉았으며 전기로제강 7개사는 봉형강 전문압연업체들과 함께 영업이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제조업을 주수요 대상으로 하는 냉연판재류 업계나 특수강봉강, 주단조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소폭 감소 내지는 증가했다. 제조업에 비해 건설 부문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더 나빴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이들의 수요가 교섭력이 상당히 낮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업종은 강관이다.
우선 강관 제조 주요 47개사의 매출은 12개 세부 업종 가운데 주조와 함께 전년 대비 증가했다. 나머지 10개 업종이 매출액 감소를 면치 못했다. 또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감소율도 주력 업종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아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7%를 기록했다. 2011년의 5.4%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강관업계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종전 상당기간 수요 정체와 생산능력 과잉으로 가장 어려운 업종으로 치부됐던 것과는 정반대의 변화다.
일단 강관업계의 경영실적 선방 이유는 수출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OCTG 등 에너지용 강관 시장이 호조를 보였다. 여기에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산이 반덤핑(AD)에 걸림으로써 우리나라가 이를 차지해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결과로 분석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강관은 OCTG 강관을 생산할 수 있는 종합강관사, 중소구경 업계, 대구경, 무계목강관, 인발강관, STS강관 등으로 나눠진다. 매출액은 무계목, 인발, STS 3개 업계가 감소한 반면 나머지 3개 업종은 증가했다. 영업이익을 보면 종합강관사 이 외에는 모두 감소했으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가장 낮은 중소 강관사가 2.6%로 타 업종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대형 강관사들이 포진한 종합강관사들의 선도 하에 나머지 세부 업종들도 악화된 경영환경이나 여타 업종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좋은 경영실적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공급 과잉과 극심한 판매경쟁으로 인해 제일 어려웠던 강관사들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이번 불황 극복에 상당한 역할을 해주었고 때마침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져다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소 ERW강관을 생산, 판매하는 중소구경 강관 19개업체의 매출액 7.7% 증가, 매출액영업이익률 2.6%는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비슷한 여타 업종의 중소, 중견 철강업체들이 대부분 매출액 감소와 적자를 기록한 것에 반해 중소구경 강관사 상당수는 지금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수요 창출, 그리고 투자를 통해 수요 개발과 확보, 그리고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만들어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철강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