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엔저 공습, 韓 경제 후폭풍 예고

자동차·전자 등 경쟁 품목 많아져 1·2차때와 타격 차원 달라
원화·엔화·환율 현 수준 유지시 제조업 영업이익 1년 9조원 감소
원화·엔화 직접 교환하는 시장 없어 정부 조정 불가능

2013-05-15     이진욱

  이번 3차 엔저 현상이 지난 1·2차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과거 엔저 때와 달리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한·일 양국 간 직접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에 더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일본의 5대 수출품목은 전기전자(수출 금액의 31.3%), 자동차(17.8%), 기계류(17.2%), 정밀기기(6.4%), 화학(5.8%)이었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의 5대 수출품은 전기전자(수출 금액의 34.3%), 섬유(14.2%), 자동차(7.5%), 철강(6.4%), 기계류(6.1%) 등이다. 이 당시 엔저로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류에 피해가 있었지만 자동차와 기계류는 당시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하지만 현재 한국과 일본은 같은 품목들을 두고 자주 시장에서 부딪히고 있다. 수출품의 직접 경쟁 관계를 보여주는 수출 경합도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의 경쟁 관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양국 간 수출 경합도는 1990년대 중반 0.410 안팎을 유지했지만 2007년 0.461로 높아졌고 지난해 1~11월에는 0.481에 이르렀다. 이는 양국의 수출품 중 거의 절반이 겹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수출품 단가(달러 표시)는 엔저 효과에 힘입어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평균 5%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수출품 단가는 일본의 10분의 1인 0.5% 떨어지는 데 그쳤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 환율이 현 수준대로 각각 1,100원과 100엔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향후 1년간 9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 금융시장에서도 엔저로 직접적인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일본은 선진시장, 우리나라는 신흥시장이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FTSE지수 등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서 자본시장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같은 선진 경제권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우리나라 증시는 올 들어 2.4% 떨어진 반면 일본 증시는 같은 기간 42% 올랐다. 이는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일본 증시의 활황을 따라 이동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 나라의 통화가치를 직접 결정하는 시장이 없다 보니 정부의 직접 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과도한 환율 변동 시 정부가 달러를 팔거나 원화를 파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이라도 있지만 엔저는 이런 식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엔저 현상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결국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길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고(高)환율 정책을 유지했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이번 엔저는 결국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밖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3차 엔저는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한국과 일본을 벼랑 끝 대결로 몰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들이 엔고 기간에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던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환율에만 의존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