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상위 5대그룹 영업益 독식

500대 기업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3-09-04     박기락
올 상반기 경기불황으로 5대 그룹을 뺀 나머지 기업들은 매출·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상위 대기업의 경제력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고 전년 동기 대비 비교가 가능한 293개사(비상장 60개사 포함)의 연결 기준 상반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926조8,899억원, 영업이익은 54조1,698억원으로 8.6% 증가한 것으로 집개됐다.

500대 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플러스 성장했으나 업종별, 기업 규모별로는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공기업을 제외한 전체 16개 업종 중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한 업종은 삼성전자가 속한 IT전기전자(58.3%)와 석유화학(25.0%), 생활용품(5.4%), 서비스(5.3%), 유통(2%), 통신(1.8%) 등 6개 업종에 불과했고 나머지 10개 업종은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해운 등이 포함된 운송업종의 적자가 17배 확대된 것을 비롯해 조선기계설비(-72.1%), 에너지(-36.7%), 상사(-23.3%), 건설(-21.3%), 철강(-21.1%), 식음료(-15%) 등이 두 자릿수로 뒷걸음질 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상위 그룹에 이익이 쏠리며 양극화가 심각했다.

500대 기업 내 5대그룹의 영업이익은 총 38조8,82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1%나 크게 늘었다.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매출 증가율(6.4%)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더 높았다.

이를 10대 그룹으로 넓히면 41조7,443억원으로 14%, 30대 그룹은 46조1,225억원으로 7.4% 증가했다.

하지만 5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5.2% 줄고 매출도 1.6% 감소했다. 10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영업이익도 -6.3%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상위 5개 그룹 계열사들로 이익이 확 쏠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00대 기업에 속한 삼성 계열사(15개)들의 총 영업이익은 20조1,966억원으로 37.6%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삼성 그룹이 5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출은 작년 상반기 15.4%에서 올해 17.3%로 1.9%p, 영업이익은 작년 29.4%에서 올해는 37.3%로 7.9%p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그룹(14개사)은 엔화약세와 내수시장 침체, 노조파업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9.1% 줄어든 9조4,30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7.7%), 기아차(-21%), 현대모비스(-4.7%), 현대제철(-31.1%), 현대글로비스(-3.7%) 등 주력 계열사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SK그룹(14개사)은 SK이노베이션(80.1%), SK종합화학(33%), SK텔레콤(5.4%) 등의 선전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66% 증가했고, LG그룹(11개사)도 LG디스플레이(1750.5%), LG유플러스(312.2%) 등의 견조한 성장 덕분에 19.7%의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5대 그룹 이하는 크게 부진했다.

조선 철강업 부진으로 포스코(11개사), 현대중공업(5개사), 두산(5개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10%, 56.1%, 37.4% 줄었다.

한화(5개사) 역시 -21.2%로 부진했고 한진(3개사)은 적자 규모가 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GS그룹(6개사)은 GS건설이 6,946억원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그룹 전체도 작년 4,118억원 이익에서 올해는 138억원 적자로 전환하며 10대 그룹 중 최악의 실적을 냈다.

500대 기업 중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엔씨소프트로 무려 4,827.2%를 기록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1,750.5%), GS칼텍스(1,387.2%), 동국제강(1,292.8%), 대한유화공업(733.7%), 서울반도체(624.9%), 포스코건설(559.0%), 웅진씽크빅(515.3%), LG유플러스(312.2%), 삼립식품(287.0%) 등이 '톱10'을 이뤘다.

반면 두산엔진(-88.8%), 경기도시공사(-86.7%), 남양유업(-84.6%), SK루브리컨츠(-81.7%), 한화케미칼(-70.0%), 여천NCC(-69.3%), 사조산업(-68.8%), 이수화학(-66.1%), 한화호텔앤드리조트(-64.4%), 대창(-64.1%) 등은 영업이익 하락폭이 큰 하위 '톱10'에 들었다.

이외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삼호중공업, 아시아나항공, 삼성SDI, 현대미포조선, 오씨아이, SK해운, 삼성정밀화학 등 22개사는 적자전환했고, 대한항공, STX조선해양, 팬택, 서울메트로, 대성산업, 덕양산업 등 6개사는 적자폭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