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다시 뛰는 포스코 “POSCO the Great”④
"고객이 원하는 제품ㆍ기술을 솔루션으로 제공"
R&D와 마케팅 조직 통합한 철강솔루션센터 신설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경영실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권 회장은 기존 기술연구원 산하의 송도제품이용연구센터와 포항연구소 접합연구그룹 등 연구개발(R&D) 부서와 마케팅 본부 내 GTC(Global Technology Center)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여 철강사업본부 내에 철강솔루션센터를 신설했다.
철강솔루션센터 신설 취지는 기존 고객에 대한 기술지원과 마케팅 활동을 통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 공급하고 이를 통해 고객가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고객가치 경쟁력의 향상은 결과적으로 수익 창출 극대화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기술과 마케팅의 '찰떡 같은 시너지'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10년 11월 송도제품이용연구센터(PAC ; Product Application Center)를 신설하고 포스코 전사의 EVI(Early Vendor Involvement ; 고객맞춤활동)을 진행해왔다.
EVI는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에 대한 기술과 제품을 원스톱으로 통합 제공하는 활동을 말한다. 제품 개발에서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량생산이 필요한 범용제품의 경우 원가절감과 납기단축에 초점을 맞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보다 저렴하고 보다 빠르게 생산한다. 반면 해양ㆍ에너지강재, 고기능후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에는 품질에 중점을 두고 구성성분 하나까지도 고객과 철저한 협의를 통해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고객사가 제품을 사용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이용기술(Application)’까지 서비스하는 총체적 고객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세스다. 결과적으로 철강사의 EVI는 고객사와의 유대감을 높이는 주요 활동이다.
이 때문에 EVI는 철강산업이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생산 과잉에 따른 경쟁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 역시 지난 2004년 EVI를 자동차 부문에 처음 도입한 이후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 고객사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철강솔루션센터는 이 같은 EVI에 용접ㆍ접합기술을 연구하는 접합연구그룹도 편입했다. 접합연구그룹은 포항연구소 산하 연구조직으로 강관, 후판 등 다양한 철강제품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용접ㆍ접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용접ㆍ접합이 정밀하지 못하면 온도 변화에 따라 강재의 성질이 변화, 급격히 부식되거나 구조물의 강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철강 수요 산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분야다.
이 같은 핵심 연구부서는 기존 마케팅 본부의 GTC와 결합, 철강솔루션센터를 통해 포스코의 마케팅 활동과 일체화됐다. GTC는 해외 생산법인의 품질설계와 기술서비스를 지원하는 부서다.
철강솔루션센터의 도입은 향후 포스코의 R&D 활동의 방향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단순히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솔루션으로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R&D와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다.
권 회장의 평소 지론인 R&BDE(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Engineering)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어떤 기술이든 산업화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기술과 마케팅의 접목은 기술 개발의 목적을 실용화에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송도에 있는 PAC는 솔루션 마케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위치한 국내 고객사는 물론 해외 고객사의 접근이 용이한 송도PAC는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에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철강솔루션센터 가공기술연구그룹 남재복 그룹리더는 “기존 EVI활동이 사전서비스(B/S), 기술지원 서비스 조직이 사후서비스(A/S)를 전담했다면 그 중간 역할을 센터가 하게 된다”면서 “기술개발, 판매, 서비스 조직이 통합된 조직 안에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공유함으로써 고객만족, 고객가치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솔루션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자동차용 차체인 PBC-EV를 들 수 있다. 이 차체는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미적용 첨단 강재를 중심으로 최적화 된 전기자동차 차체를 프로토타입으로 개발한 것이다. 자동차용 강재에 대해 시제품으로 설명함으로써 고객사들의 이해를 높이고 강재 수요 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