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취임 1백일 그간의 성과는?
혁신과제 실행 본원경쟁력 강화에 ‘사활’ 걸었다
조직개편, 재무구조 쇄신 등 경영혁신 기초 체력 다져
솔루션 마케팅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판매 비중 높여
엔지니어 출신으로 포스코 제8대 회장에 오른 권오준(사진) 회장이 지난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시 권 회장이 내건 슬로건은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의 재창조였다.
24일에는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임기 기간 내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철강명가 재건의 기틀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지난 100일 동안 국내외 생산현장과 고객사, 공급사를 방문하면 서 임직원들의 열정과 고객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한국 철강산업과 포스코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대단히 어렵긴 하지만 임직원들 및 고객과 함께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취임식 때 밝힌 대로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POSCO the Great’를 이룩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이 지난 100일간 포스코에 일으킨 변화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혁신을 통해 철강사업 본원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강조한 권 회장은 현장경영을 위해 국내외 제철소와 1ㆍ2차 협력업체를 수시로 방문함은 물론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서울사무소 직원들과 ‘소통 콘서트’를 열어 현장의 개선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했다.
특히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조직의 군살을 빼고 ‘철강’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했다. 기존 6개 부문을 4개 본부(철강사업ㆍ철강생산ㆍ재무투자ㆍ경영인프라)로 재편했고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가치경영실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투자 사업과 경영정책 등을 조율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단기간 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통합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임원과 단독 프로젝트를 맡는 부장급 PCP(POSCO Certified Professional)를 선발, 프로젝트 수행을 전담하도록 했다. 현재 427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면 올해 약 1조원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권 회장 취임 이후 개선된 성과가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타나 고 있다.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켠 것은 에너지분야. 국내 최대 민간 석탄화력 발전 허가업체인 동양파워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포스코가 철강사업을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를 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후 내놓은 첫 인수ㆍ합병(M&A) 결과물이다. 발전소 건립에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ICT 등 계열사들 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그룹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솔루션 마케팅 실적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제선급협회가 선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새 규정을 발효하자 포스코는 이 규정에 맞춰 개발한 강재와 이용기술을 신속하게 제공해 고객사들이 선박설계와 건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선도적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융합한 활동을 통하여 5월까지의 솔루션 마케팅 판매량은 40만톤으로 전년 대비 두배의 실적을 올리고 있고 올해 목표한 100만톤 판매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전망이다.
또한 자동차산업 등 수익성이 높은 강재를 소비하는 7대 산업군을 선정해 판매활동을 집중한 결과 같은 기간 이 분야 판매량이 680만톤에서 738만톤으로 8.5% 늘었다. 최근에는 한국GM과 함께 GM의 차량 설계기술과 포스코의 강재기술을 융합해 경량 차체를 개발하고, 첨단 초고강도 강판 등을 GM의 글로벌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키로 해 고부가가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무구조 쇄신작업도 올해 만기가 도래한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상대적으로 이율이 저렴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상환하는 등 꾸준히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그룹사 경영평가 기준도 고성장시대 투자자본을 고려하지 않은 손익위주의 지표인 영업활동 현금흐름(EBITDA) 대신 투자 재원 대비 창출 이익을 고려하는 EVA(Economic Value Added)로 바꾸기로 했다. 이익 창출을 위해 투입된 자산의 원가를 고려해 실제 가치증가를 판단하고 사업 초기부터 위험 요인을 감지하도록 해 외형 확장 중심의 무분별한 투자를 원천적으로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부자산 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인수는 결국 포기했다. 재무적 부담에 비해 사업성이나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포스코 개혁의 ‘0순위’로 꼽았기 때문에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동부패키지 인수에 참여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청정에너지와 원천소재분야도 조금씩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합성천연가스(SNG; Synthetic Natural Gas)를 생산, 판매하는 ‘포스코그린가스텍’을 설립했다. SNG는 저가의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한 후 정제 및 합성 공정을 거쳐 생산하며 액화 천연가스(LNG)와 성분이 동일해 직접 대체가 가능하다.
포스코는 앞으로 광양제철과 여수 산단을 연결하는 3.8km의 부생가스 교환용 해저터널이 구축되면 SNG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CO, H₂등 부생가스 를 화학제품 원료로 여수산단에 공급하고, 여수산단으로부터는 염소, 질소 등 석유화학공정에서 발생하는 원료를 공급받아 제철 부산물과 합성해 새로운 고부가 화학제품을 제조· 판매할 계획이다.
원천소재부문에서 리튬도 기존 최소 12개월에서, 최단 8시간, 길어도 1개월 내로 추출할 수 있는 포스코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상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20톤급 탄산리튬 파일럿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칠레에 이어 지난 6월 1일 아르헨티나 후후이(Jujuy)주에 200톤 규모의 리튬 실증 플랜트를 착공해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편, 권오준 회장의 취임 100일 축하는 미국에서 먼저 날아 들었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17일 제29차 글로벌 철강전략회의(SSS; Steel Success Strategies)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World-Class Steelmaker Rankings)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포스코를 5년 연속 1위로 선정했다. 포스코는 내실있는 성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및 기술기반의 솔루션마케팅 활동 등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높이 평가 받아 기술혁신, 고부가가치 강재생산 및 하공정 사업 분야 등에서 전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