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시대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과 유통
산업연구원 정은미 박사
2014-09-24 문수호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시대를 맞아 ‘철강 유통의 중요성과 미래’를 주제로 24일 일산 킨텍스에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정은미 산업연구원은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과 유통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저성장시대의 도래와 철강 과잉구조의 전환 △한국 철강산업의 현황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전망 △철강 가공·유통산업 역할 강화 방향 등에 대해 강의를 펼쳤다.
▲ 저성장시대의 도래와 철강 과잉구조의 전환
2000년대 세계 경제는 성장세가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들의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의 성장효과에 반전이 생겼기 때문. 중국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과거 최대 수입국에서 최대 수출국으로 전환됐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연평균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됐다. 1980년대 9% 내외에서 1990년대 6.6%, 2000년대 4.2%, 2011년 이후에는 3% 수준까지 줄었다. 향후 2030년까지 2.7% 수준의 성장률이 예상되며 이후로는 1%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각국의 성장 둔화는 중국이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하고 신흥 시장의 수요증가 둔화와 함께 공급역량도 증가한 영향이 크다. 미국, 유럽, 일본이 장기 침체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은 급성장세를 보였다.
세계 철강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저성장기로 진입이 예상된다. 철강 수요 증가율은 2000~2005년에 6.6%, 2005~2010년에 4.4%, 2010 이후 4.1%로 성장률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선진국 성장이 둔화된 반면 개도국 수요확대로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반면 세계 철강 공급은 2012년 세계 조강생산능력이 이미 2020년 세계 철강수요 전망치를 상회했다. 뿐만 아니라 2012~2020년까지 연평균 설비능력 증가율은 16.8%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설비가동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04년 93%에 달했던 가동률은 과잉설비로 2013년 83%까지 줄어들었다.
▲ 한국 철강산업의 현황
철강산업은 주력 기간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산업경쟁력 향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 산업과 제품 구조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고기능성 금속소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이자 파생수요산업으로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며 공급과부족 및 가격등락의 가능성이 상존해 적정 수요 유지 및 신수요 개발이 필수적이다.
국내 철강수요 증가의 대부분이 해외시장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수요는 내수형 소비 부진과 수출형 산업의 국내 생산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수요산업인 자동차산업은 최근 경량화와 생산성 증가에 대한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신흥국 중심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 향상이 과제로 떠오르며 철강 적용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
조선산업은 최근 시황 부진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설비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하며 선박대형화로 철강집약도는 하락하고 있다.
가장 큰 수요를 갖고 있는 건설산업은 도시화 및 초고층빌딩 수요 증가로 철강집약도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고층 빌딩 증가로 구조용강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철강산업은 수요의 질적 변화와 라이프 사이클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요산업의 생산성, 효율성, 가공성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요산업의 제품구조, 제조방식, 경쟁력 변화에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역량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전망
한국의 철강산업은 현시비교우위(RCA) 지수로 살펴볼 때 금융위기 이후 상승해 상대적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철강산업이 2005년 이후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RCA 평균지수는 1.77로 비교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한국 철강제품의 비교우위는 대부분 판재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제품들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시장에서 중국 철강제품은 봉형강류가 높은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고 판재류 또한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판재류와 강관 품목에 수출이 특화돼 있는 반면 중국은 대부분의 제품에서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이다. 한국은 중국보다 가격경쟁력이 열위에 있고 품질 및 납기경쟁력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한중간 경합도와 중국시장에서 한일간 경합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종합경쟁력의 격차도 2006년 7~10%p 수준에서 2011년 2~3%p로 축소됐다. 특히 중후판 가격경쟁력이 취약하고 봉강 및 선재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종별 경쟁력은 수익률에 큰 차이를 보이며 세부업종간 불균형 성장이 뚜렷한 모습이다. 한계 수익률을 보이는 업종이 상당수이며 산업구조 고도화의 주체인 가공 및 유통 부문이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 철강 가공·유통산업 역할 강화 방향
철강 가공 및 유통업체들은 소재조달, 제품생산, 금속부품 및 제품산업으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 활성화의 주체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은 효율성 문제로 수요 구조 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은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철강산업은 대기업형 산업이라는 인식 하에 미시적인 정책 추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럽 및 일본과 대조적이다.
철강산업 내 대기업은 소수이며 200여개의 중견 가공 유통업체가 존재한다. 부품, 자동차, 조선, 기계로 연결되는 가공 및 유통산업은 국내 금속수요기반을 강화하고 산업경쟁력 향상의 주요 주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종재산업과 부품, 모듈 부문에 대한 밀착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철강 가공·유통산업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속소재의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개방형 혁신시스템을 구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강종개발 지원과 선제적 개발 및 투자를 통해 수요견인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또 선제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해외 제품에 대한 위험요소 선재대응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