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하이스코 김원갑 부회장, ‘2선’으로 후퇴
현대차그룹, 세대교체 위한 행보 가속화
2015-01-05 전민준
2014년 12월 31일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 부회장이 회사 고문으로 위촉됐다고 밝혔다. 앞서 26일 단행된 임원승진인사에서 김 부회장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을 때는 김원갑 부회장-박봉진 부사장-이상국 전무(대표이사) 경영체제가 확립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번 인사에서 결국 현직을 떠나게 됐다.
김 부회장은 현대하이스코 임직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나무가 자라 꽃과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씨앗이 또 다른 나무의 싹이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듯 이제 저는 한발자국 물러서서 아낌없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응원하려 한다”며 “현대하이스코가 오늘날의 면모를 갖추게 된 데에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노력이 있었음을 저는 잘 알고 있다. 한층 더 변화하고 혁신하여 회사를 더욱 넓은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952년생인 김 부회장은 부산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78년 현대건설 경리부에 입사해 지난 36년간 구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 근무했다.
현대하이스코에서는 2002년 부사장으로 시작해 200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승진 당시 현대차는 김원갑 부회장의 현대하이스코와 INI스틸(現 현대제철)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보철강 인수전에 뛰어들어 포스코 및 동국제강에 맞섰다. 이 때 김 부회장의 탁월한 전략으로 한보철강 인수전에서 승리했고 현대차그룹이 일관제철사업을 영위하는데 상당히 공헌했다.
2005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 시기 사장으로 승진한 신성재 전(前)사장과 호흡을 맞춰 2010년 12월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이듬해인 2011년 1월에는 상근고문으로 물러났다가 같은 해 4월 다시 부회장으로 복귀했고 당진 제2냉연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2013년 그 임무를 완수했지만 같은 해 12월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은 현대제철로 이관돼 목표는 ‘미완의 꿈’으로 남게 됐다.
이처럼 김 부회장의 현대하이스코 내 역할과 의미, 상징성은 매우 크고 차후에도 발굴하기 힘든 우수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김 부회장 외 한규환 현대로템 부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는데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즉 그룹 내에서도 세대교체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 내 계열사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문으로 위촉된 부회장들은 후진양성을 위한 용퇴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