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철강산업 부흥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

성수기 분주함 ‘아직’ … 수입재 유통시장 잠식 ‘여전’

2015-03-11     이운재

  철강유통의 깊은 역사를 간직한 곳. 문래동 거리를 따라 쭉 펼쳐진 철공소 골목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라 불렸다. 5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지금도 약 1,700여개의 철공소가 밀집해 있는 대한민국 철강유통의 메카이다.

  최근 철강 산업의 침체를 보여주듯 예전처럼 활발히 철강재를 실어 나르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여전히 수많은 상인들이 철강 산업의 부흥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은 쌀쌀하기만 한 날씨의 3월 9일, 수많은 철공소 가운데 유독 분주히 철강재를 차량에 옮겨 싣고 있는 곳이 있었다. 후판을 비롯한 철판류가 가득 쌓인 이 회사의 모습은 마치 큰 야적장을 방불케 했다. 쌓여 있는 철판들 너머로 컨테이너 사무실이 보여 문을 열고 들어가니 3명의 직원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안병한 용인철강 대표(77)는 바쁜 업무 와중에도 차를 한 잔 건네며 새내기 기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신출내기 기자의 지속된 질문에 짜증이 날 법한데도 찌푸림 하나 없는 웃음에서 편안함과 유통 베테랑의 내공이 느껴졌다.

  안 대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제품 외에도 수입재 유통을 병행한다고 했다. 가급적 국산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값싼 수입재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 수입재 판매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가게들이 국산이면 국산, 수입재면 수입재 따로 판매했지만 최근 추세는 그렇지 않아요. 수요가 다양한 만큼 요즘은 폭 넓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최근 시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절래 흔들며 너무 어렵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3월부터 수요가 늘기 시작해 6월 정도까지 성수기인데 지금은 판매가 예전에 비해 신통치 않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판매에 있어서 수입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우회적으로 말문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중국산 제품이 품질이 떨어져 찾는 사람이 적었지만 요즘은 품질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수입재를 써도 무방한 공사 수요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수입재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지요.”

  안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에는 품질이 떨어지는 값싼 철강재가 필요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굳이 좋은 품질의 재료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시장 수요가 생각보다 매우 큰데 이 부분에서 국내 정품이 시장점유율을 뺏긴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수입재와 국산재 시장을 4천원 설렁탕집과 1만원 설렁탕집의 경쟁에 비유하며 국내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수입재 시장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내보였다. 국산재 시장을 더 키운 후 가격을 올려도 늦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0여분의 대화를 끝낸 후 다시 나온 철공소 골목에서 여전히 기대했던 것만큼의 유통 거래를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여타 다른 가게도 인사를 건네며 영업 형편을 물었지만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였다. 최근 국내 철강업계에 휘몰아친 불황을 새삼 다시 느끼며 무거운 마음에 절로 숙연해졌다.

  어느덧 점심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제품을 나르는 작업자들은 사라지고 머리 위에 쟁반을 얹고 각 가게마다 음식을 배달하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거리를 대신 매우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뒤로하고 돌아본 철공소 골목 사이로 어느새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비추었다. 어려운 국내 철강시장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철강 유통상들의 굵은 땀방울이 커다란 결실로 이어지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