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표시제, 다양한 노력 불구 “갈길 멀어”
원산지표시제 강화, 시장 현황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일반강 철근 및 수입산 합금강에 대한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대외무역관리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새 규정을 적용받는 품목은 일반강 소재 철근(HS 7214), 합금강 소재 열연강판 및 후판(HS 7225·7226), 합금강 소재 형강 및 철근(HS 7228) 등이다.
4월 1일 기준으로 국내에 존재하는 해당 품목은 원산지가 표시돼야 한다. 새롭게 통관되는 제품은 물론 기존에 통관된 제품도 포함한다.
수입·유통업계는 최소 포장단위마다 원산지 정보를 담은 라벨을 달아야 한다. 라벨이 없으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다.
원산지 표시는 구매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8포인트(약2.8㎜) 이상의 크기로 표시해야 한다. 절단, 도색 등 단순가공으로 인해 원산지 표시가 소실될 경우 단순가공업자에게 재표시 의무가 있다.
원산지 형식은 기존의 ‘원산지: 국가명’, ‘Made in 국가명’, ‘Product of 국가명’ 외에 ‘Country of Origin: 국가명’도 인정된다.
적발되는 사업자는 1차 적발시 미판매분에 대한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2차 적발시부터 최고 3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법위반 정도가 심한 경우 검찰 고발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원산지제도 운영에 관한 고시는 원산지 표시를 제품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정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라벨 방식으로 일단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작년까지 중국 철강업계는 철강재에 미세한 양의 붕소(보론)를 첨가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보론을 첨가해 일반 철강재를 합금강으로 둔갑시켜 9~13%의 수출증치세를 환급받고 그만큼 대 한국 수출가격을 낮춘 것.
한국 철강업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중국이 올해 1월 1일자로 보론강에 대한 수출세 환급을 폐지했지만 중국 현지에선 크롬강이라는 또다른 편법이 동원됐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원산지 표시 범위를 ‘합금강’으로 광범위하게 설정함에 따라 저가 중국산이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KS 인증제품인 한국산으로 둔갑판매되는 사례가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편법으로 원산지를 속여서 들어오는 합금강에 대한 단속 강화를 통해 원산지 오인을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새로운 규정 시행시 주로 유통상을 통해 소규모로 거래하는 중소·영세기업의 둔갑제품 구매피해를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다만 중국산 철강재의 편법 수출 및 둔갑판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실태 파악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원산지표시제를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유통 과정에서 현행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불편함도 호소하는 등 갖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본지에서는 원산지표시제 강화와 관련, 품목별 업계 현황을 알아봤다.
업계, 원산지표시제 준수 노력 … 실효성 강화 절실
철강업계가 강화된 원산지표시제 준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실효성 강화를 위한 품목별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열연강판(HR)과 후판 유통업체들 중 1차 유통업체들은 어렵지 않게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지만 문제는 소량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2차 유통업체들이다.
비용 문제로 인해 규격별로 원산지 표시를 위한 설비를 설치할 수도 없고 살아나지 않는 시황에 인건비 역시 만만치 않아 2차 유통업체들은 스티커를 이용한 방법으로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도금판재류의 경우 유통 및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이저 건설업체가 시공하는 공사의 경우 설계단계부터 경량철골을 국산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이를 속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업계는 전했다.
컬러강판 업계에서는 두께기준과 아연도금량 기준안이 시행되면 대부분의 제품들에 대한 규격이 비슷해지는 만큼 국산과 중국산을 나눌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입 철근 유통업계는 지난 대외무역관리규정 개정에도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기존 거래 시에도 번들마다 원산지와 제조업체 및 기타 제품정보를 담은 태그(꼬리표)를 부착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시행과 무관하게 롤마크 도용 행위는 원천적 차단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그에 중국산임을 표시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이를 떼어버리면 여전히 국산 롤마크를 도용한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단순한 법 개정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단속을 시행하기 위한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형강 유통업계는 원산지에 한층 민감해진 수요가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자 노력 중이다.
최근 업체들은 중국 제조업체에 원산지 표시 태그 부착을 요청하거나 하치장에서 직접 부착하는 방법으로 표시제를 준수하고 있다. 절단, 천공, 절곡 등 단순가공 후에도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하는 규정 역시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다.
STS 유통시장에서는 국산 정품에 주문외품을 섞어서 파는 일명 ‘끼워팔기’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원산지표시제가 갓 시행되던 초창기보다 많이 완화된 분위기지만 향후 업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세아창원특수강 등 업체는 유통과정에서 일부 중국산 수입제품 등 타사 제품이 자사 제품으로 둔갑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자사 제품의 고유브랜드 관리에 나섰다. 특히 제품출하 과정에서 안전장치를 마련 품질보증서 상 진본 여부를 가리는 위조방지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철저한 제품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협회 및 정부, 원산지표시제 실효 노력
2014년 철강협회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부적합 철강재 신고센터를 운영, 불법·불량 수입재 단속 및 홍보를 강화했다. 또한 건설기술진흥법 개정 시행에 따른 정부 이행실태 점검을 요청했으며 철강제품 원산지 표시품목도 추가해 주기를 건의했다.
부적합 철강재 단속과 관련해서는 관계부처와 방문, 협의했다. 산업부, 국토부, 관세청 등에 분기별 2회 이상 총 10여차례 방문해 건설안전 강화 관련 업계 건의문을 전달했으며 건진법 이행여부에 관해서는 현장 점검을 건의하기도 했다.
협회는 관세청과 지역세관과 합동해 지난해 6월 철강재 원산지표시 위반 일제 단속 적발을 지원했다. 10월에는 화성, 진천, 당진 등 10여 곳 유통, 건설현장 의심지역을 조사해 불량/부적합 건설용강재 유통 및 사용 사례를 적발해 의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로 정부 부처와 관리감독 강화 의지를 도출하며 건설용강재 점검 체계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신고센터 활성화를 통해 정부 및 철강유통, 건설, 철구업체 등에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지난 8월 27일에는 서울 르네상스호텔 23층에서 송재빈 상근부회장 및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10여개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CEO들은 국내 철강 유통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KS규격이나 원산지표시를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통상 대응을 촉구하는 등 여러 대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수입물품 원산지 위반 사례를 단속해 1,950억원 상당을 적발했다.
이 중 철강재가 10건(890억원)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주요 적발사례를 살펴보면 중국산·일본산 채널형강(channel), 중국산 H형강·석재 등을 수입하면서 현품에 원산지를 미표시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부산세관은 올 상반기 형강, 합판 등의 건축자재에 대한 원산지표시 특별단속을 펼친 결과, 20개 업체(1,115억원 상당)를 적발했다.
이번 단속은 소비자가 건축물 외관에서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건축 핵심자재를 수입하는 수입업체 등을 불시에 점검하고 유통단계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둬 지난 1월을 시작으로 상반기까지 단속을 시행했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형강(721억원), 합판(213억원), 플랜지(181억원) 등의 물품을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적발했고, 위반유형으로는 원산지 미표시(9건, 655억원), 부적정표시(20건, 452억원), 손상표시(3건, 2억원), 허위표시(2건, 3억원), 기타(2건, 3억원) 등이다.
특히 형강은 주로 중국산과 일본산이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상태로 들여오고 있었으며 고층건물 구조용으로 사용하는 H형강은 쉽게 떨어지는 스티커 등을 부착하다 적발됐다.
부산세관은 건축자재처럼 국민생활 안전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원산지 단속을 벌여 나갈 방침이다.
품목별 유통시장 현황 |
열연강판 국내 건자재에 사용되는 도금판재류의 원산지를 속이는 일들이 아직까지 비일비재해 정부차원의 강력한 단속이 절실한 상황이다. 형강 형강 유통업계가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원산지표시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경각심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