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탄소강 업계, 악성재고에 ‘골머리’

자동차 강종 천차만별, 악성재고 가장 많이 남아
제품 대부분이 규격 생산, 재고는 곧 스크랩
업체들 재고 고민 필연, 동국산업이 車비중 가장 커

2015-10-25     문수호

  고탄소강 제조업체들이 쌓여가는 악성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탄소강은 철강업계에서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강종으로 필연적으로 재고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장기 재고들 중에서도 특히 악성재고가 많은 것은 자동차 부문이다.

  완성차 업체에서 연간 계획을 짜면 국내 고탄소강 업체들을 이 계획을 가지고 포스코와 고탄소강 열연강판(HR) 연간 주문량을 결정하는 등 생산 일정을 짜게 된다.

  자동차 업체에서는 재고를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결국 고탄소강 업체들이 재고를 비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생산 일정이 연간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탄소강 업체들이 악성재고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고탄소강 제품들은 대부분 특정 사이즈에 규격화된 제품들이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갑작스런 자동차 단종이나 시황 악화 등으로 인한 생산 감소는 전부 고탄소강 업체들의 악성재고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 기계 등 산업재나 유통 등에서 사용되는 물량도 일부 장기재고가 있기 마련이지만 고탄소강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동차 부문의 악성재고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용 고탄소강 비중이 가장 많은 업체는 동국산업이다. 나스테크 역시 한국지엠을 중심으로 자동차 실수요 비중이 높지만 지난해 악성재고를 털어내 현재로선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국산업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 사급 물량만 8,000~9,000톤 수준으로 기타 부품업체 납품 물량까지 더하면 고탄 업계 내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비중을 갖고 있다. 현재로선 자동차 산업이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악성재고라는 이면의 고민거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급이라 해도 갑작스런 완성차업체들의 계획 변경은 항상 있기 마련이어서 계획 주문에 들어가는 고탄소강 업체들 입장에서는 재고 문제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에서 일정부분 관리를 해주지만 HR이 계획 물량이어서 밀어내기를 받는 순간 장기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탄소강 업체들이 HR 주문을 넣고 받기까지 45일 정도가 걸리고 이후 소둔, 압연 등을 거쳐 완제품이 생산되기까지 또 30일의 시간이 걸린다. 고탄소강 특성상 소로트 집약을 해야 하고 반드시 오랜 시간의 소둔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문부터 완제품까지 나오는 시간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탄소강은 연간 사용물량이 수십톤에 지나지 않은 소량 생산 제품들도 많아 고탄소강 업체들이라면 악성재고 고민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악성재고를 실적에 손상 반영할 경우 해당 업체의 연간 수익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고탄소강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탄소강 제품만 해도 적용 부위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며 “이러한 강종들은 재고로 남는 순간 모두 스크랩 외에는 용도가 없다”고 재고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완성차 업체들의 사전 공지와 남은 재고에 대한 책임이 중요한데 판매상황은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어 고탄소강 업체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