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에 중국 시장 경쟁력 日에 빼앗겨
현대경제硏 ‘한일 제조업의 對중 수출 단가 및 물량 변동’
엔저 현상 지속으로 중국 시장에서 일본 제조업 제품 대비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최근 對중 수출 물량 증가율에서도 한국이 일본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지난 2012년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이후 원화 가치 대비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013년 1월 평균 83달러에서 2015년 9월 평균 120달러 30.1% 절하된 반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065.4원에서 1,184.7원으로 10.1% 절하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에서 일본 대비 한국의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對중국 수출 단가 수준 변화를 보면 2011~2014년간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품목별 수출 단가는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산 제조업 품목의 수출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었다. HS 코드 6단위 기준 제조업 2,498개 품목 중 일본의 對중국 수출 단가가 한국보다 높은 품목 수는 2011년에는 1,778개였지만 2014년에는 1,540개로 감소했다. 반면 한국의 對중국 수출 단가가 일본보다 높은 품목 수는 같은 기간 313개에서 459개로 늘었다.
제조업 내 모든 산업에서 일본의 수출 단가가 하락했다. 특히 금속·비금속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에서 일본의 수출 단가가 하락한 품목이 많았다. 이는 두 산업이 상대적으로 제품의 질적 차이가 크지 않고 공급 과잉이 있는 산업의 특성상 가격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금속·비금속 산업에서 한국보다 對중국 수출 단가가 높은 일본 제품은 2011년 257개에서 2014년 210개로 줄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일본의 對중국 수출 단가가 한국보다 높은 품목 수는 2011년 322개였지만 2014년에는 282개로 감소했다.
한편, 제조업 전체적으로 한국의 對중국 수출 물량은 감소했지만, 수출 단가 하락에 힘입은 일본 제조업의 對중국 수출 물량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對중국 수출 단가 증가율은 2013년 4.9%에서 2014년에는 -1.8%로 마이너스 전환됐음에도 수출 물량 증가율은 같은 기간 3.8%에서 -0.3%를 기록해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對중국 수출 단가 증가율이 2013년 -3.1%에서 2014년 -0.4%로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제조업 수출 물량은 같은 기간 1.6%에서 1.4%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제조업 산업별로는 금속·비금속, 기계산업 및 IT의 경우도 일본은 수출 단가 하락이 수출 물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한국의 수출은 수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량 증가세가 둔화했다. 또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자급률 상승 등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 對중국 수출 물량이 감소했으나 한국 수출 물량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이 밖에 수송기계 산업은 중국의 수입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한국과 일본 모두 수출 물량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수출 단가도 크게 하락하면서 앞으로도 수출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