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화재, “주탑, 철강재로 시공했어야”
낙뢰 원인은 ‘콘크리트’ 시공 주탑…자연 접지 불가
교량 및 적용 와이어 “문제없어”…재난으로 봐야
2015-12-09 이진욱
지난 3일 발생한 서해대교 주탑 와이어 화재로 특수 교량(사장교·현수교) 안전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교량 안전 구조와 와이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고 내용은 서해대교 2번 주탑에 연결된 72번 와이어가 끊어지고 56번과 57번 와이어도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재로 끊어진 72번 와이어가 바로 밑 71번과 70번 와이어를 때려 손상을 입혔다면 서해대교 교량 상판이 뒤틀리고 다리가 무너졌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랬을 경우 통행 차량들이 바다로 빠지는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란 의견이다.
서해대교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와 합동감식팀은 사고 원인이 낙뢰라고 밝혔다. 수면 높이 80m 피뢰침 바로 밑에 있는 케이블에서 불이 났다는 건 낙뢰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
화재 원인이 낙뢰로 공식 조사되면서 전문가들은 주탑의 구조가 콘크리트가 아닌 철강재로 이뤄졌다면 낙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재로 시공했다면 벼락이 떨어져도 전기가 주탑 거더(보)를 타고 땅속으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기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순신대교(1950m)나 인천대교(800m) 등은 주탑을 철강재로 시공했지만 서해대교의 경우 경간이 470m로 주탑 속에 철강재를 넣고 겉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공됐다. 이 때문에 낙뢰에 따른 전기 접지가 되지 않아 전류가 강재를 타고 흐르면서 와이어가 타 버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와이어가 적용된 특수교량의 우수한 안전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분위기다. 일반 교량은 바닥에 설치된 교각이 상판의 하중을 받도록 설계되지만, 특수 교량은 주탑과 연결된 케이블로 상판을 끌어당겨 장력이 발생하게 설계된다.
사장교는 주탑에서 와이어로 상판을 연결해 장력을 받게 설계하고,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 사이에 메인 와이어를 늘어뜨리고 다시 상판에 연결된 케이블을 지탱하도록 설계한다. 이 때문에 와이어는 교량 시설 안전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김규선 특수교유지관리처장은 “특수교 건설은 와이어 3~4개가 끊어지더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유연성 있게 설계된다. 이번 사고에도 다리는 끄덕없지 않았느냐”며 “이번 사고는 재난으로 봐야 하며 특수 교량의 구조적 안전성과 와이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 건설된 사장교·현수교는 총 45개로 건설 중인 교량 가운데 상당수의 다리가 특수 교량으로 설계돼 2020년까지는 70~80개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