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特需) 코트라가 전해온 제품별 시장 동향
이란 진출, 제품별 시장 동향 꼼꼼히 살펴야
소비층 세분화와 가격 산정, 특히 유의
작년 7월 핵협상이 타결된 후 이란은 전세계 기업들의 '신흥시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신흥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전세계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코트라(KOTRA)는 우리 기업들에게 이란의 시장 동향을 전하며 이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품별 시장현황과 경쟁동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코트라가 전해온 이란의 제품별 시장 동향을 살펴본다.
◇ 철강
이란 철강 시장은 설비 및 인프라 부족과 철근 생산 미흡으로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 메이저 자동차 제조업체의 강판 수요와 대형 건설, 항만, 공항 프로젝트가 재개된다면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철강 수입상의 73%, 44개사는 ‘3년 안에 한국산 제품을 20% 이상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제 해제 이후 한국산 수입을 확대하려는 이유로는 ‘수입장벽 완화’(36개사)가 가장 많았으며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제품’(17개사)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가격인하를 바라는 수입상도 32개사에 달했다.
이란은 기본적인 철강 제품 생산이 가능하며 기반시설 또한 갖추고 있다. 다만 오랜 제재로 기술력 부족과 장비 노후화로 고부가가치 제품은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제재 이후 철강 시장의 최대 경쟁국은 유럽이 될 것으로 보인다. 41개사(68%)가 제제 해제 이후 교역상대 선호국으로 ‘EU’를 1위로 꼽았다.
◇ 산업·건설·전력 등 기자재
이란 정부의 제조업 육성 및 생산설비, 기계류 수입 장려 정책에 따라 관련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제제가 심화되기 전에는 유럽산 기계가 강세였으나 제제 이후부터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산의 수입 증가했다.
건설 부문은 연기됐던 프로젝트의 발주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자재 수요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란은 2014년 건설산업이 2.8% 성장했으며 향후 5년간 평균 3.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란 정부가 식자재 보조금을 인프라 구축에 쓰겠다고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상업용 빌딩, 호텔, 테마파크 등 민간 건설 프로젝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력은 시설 노후화 및 전력 부족 등으로 신규 발전, 배전 설비 등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의 에너지 다각화 정책에 따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풍력발전의 경우 전체 에너지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올해 안에 1.5%까지 늘리는 것이 정부 목표다.
풍력과 태양광 부문은 현지 바이어 대부분이 유럽 제품 수입을 희망했다. 유럽 기업 역시 제제 이전의 점유율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진출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한국산의 진출에 많은 애로가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재 해제 이후 수입장벽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란 수입상은 1년 안에 5~10%의 한국 제품 수입, 3년 안에 10~20% 수준의 수입 확대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이란 바이어들은 유럽산과의 경쟁을 위해 ‘가격 및 품질 경쟁력 제고’(42개사)와 ‘적극적인 자금 조달’(26개사)을 희망했다.
◇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자동차와 관련 부품은 이란 바이어 대부분이 한국산에 뚜렷한 충성도를 보이는 품목이다. 그 이유로 설문을 실시한 60개사 모두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유럽 제품의 본격적인 진출에 따라 ‘가격 인하를 조건부로 한국 제품을 계속 수입하겠다’는 의견도 다수(31개사) 내비쳤다.
특히 테헤란에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중국 업체의 각축장이라고 할 만큼 한국산 차량이 많다. 그러나 테헤란이 이란의 수도이고 구매력이 높은 중상류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과 나머지 소비층은 중국산 자동차를 많이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란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의 약진이 눈에 띄며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란 소비자 중 고소득층은 벤츠, BMW, 현대기아자동차 등의 SUV와 대형 차량을 선호하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소형 SUV 또는 소형차를 선호하며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실속형 모델을 많이 찾는다. 테헤란도 비탈길이 많아 SUV를 타는 사람이 많은데 쌍용 ‘티볼리’나 현대자동차가 인도에서 판매 중인 ‘크레타’ 같은 소형 SUV가 본격 진출한다면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 정부는 육성 산업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고 있는데 자동차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외국산 자동차 수입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으로 제한하면서 자국 업체들에게 장기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 가전제품
제재 해제로 경기가 회복되고 실질 구매력이 상승한다면 가전제품 소비 또한 늘어날 게 확실하다.
애플이나 밀레 같은 서구 브랜드의 경우 현지 공식 유통채널과 생산기반이 없어서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와 비교해 제재기간 동안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68%나 됐다. 하지만 제재 이후의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힘들다.
27개 이란 수입상은 ‘한국 제품의 가격이 높다’고 불만을 털어놨으며 ‘긴 배송시간과 한국 기업의 까다로운 대금 지불조건’도 지적했다. 그러나 48개사는 ‘제재 해제 이후 수입장벽이 완화되고 가격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현 수준 이상으로 한국 제품을 계속 수입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가전제품 시장에서 중국산은 저가 물량공세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바이어 설문조사 결과 ‘유럽산보다 중국산을 선호한다’면서 제재 해제 이후 교역 상대국 중 중국을 1위국으로 꼽은 수입상이 33개나 됐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제고와 중국산과의 차별화된 마케팅, 철저한 사후 관리로 점유율 유지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고소득층의 경우 밀레, 보쉬 같은 유럽산을 무척 선호하는 만큼 관련 시장과 소비층 세분화로 마케팅과 가격 산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