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닛테츠스미킨,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에게 배상하라”

“강제연행·노역, 반인도적 불법행위”
“행사에 장애 있었던 청구권... 존속한다”

2016-08-23     송규철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의 유족에게 일본 철강기업이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다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전서영 판사는 강제징용됐던 김모씨의 유족 3명이 신닛테츠스미킨(新日鐵住金, 구 닛폰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의 아내와 자녀 2명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전 판사는 “일본 정부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전쟁 과정에서 일본의 제철소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협박 등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했고 구 닛폰제철은 이에 적극 협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이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위험한 노동을 하며 임금도 지급받지 못했고 감시로 탈출도 불가능했다”며 “강제연행 및 강제노역은 당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 (신닛테츠스미킨은) 이로 인해 김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전 판사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이 소멸됐다거나 불법행위일로부터 20년 이상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신닛테츠스미킨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 판사는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고 청구권협정에 충분한 근거도 없으며 (소멸시효에 대해 판단하더라도) 청구권협정 체결부터 현재까지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침해행위의 불법성과 고의성, 노동 강도, 근로환경과 자유 억압의 정도 등 피해 정도와 귀국 후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18살이었던 1943년 3월 전북 김제 역전에서 차출돼 제철소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광복을 맞은 후 지난 2012년 사망했다. 이후 김씨의 아내와 자녀 등 3명은 “신닛테츠스미킨은 구 닛폰제철과 동일한 회사로 채무를 승계하기 때문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에 시달린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지난해 5월 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곽모(90)씨 등 8명이 신닛테츠스미킨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