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硏, 한-미 법인세율 역전
연평균 29.4조원의 GDP 손실 발생
한-미 간의 법인세율 역전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가계소득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최근 '한-미 간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미국이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1%로 낮춘 반면 우리는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함으로써 양국의 법인세율이 역전됐다.
한경연은 법인세율이 역전되면 자본의 사용자 비용이 증가해 투자가 감소하고 자본이 유출되면서 우리나라의 GDP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7%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9.4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민간투자가 감소하고 자본 유출이 확대되면서 투자는 연평균 4.9%씩 감소하고 일자리는 연간 10만5,000개씩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또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자본스톡이 감소하고 실질임금이 하락하기 때문에 자본소득은 연간 1.9% 감소하고 근로소득이 연간 1.5%씩 감소해 가계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경제위기 때마다 경험했듯이 성장이 둔화하면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해고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법인세율 인상도 소득 재분배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 외에도 수출은 연간 0.5% 감소하고 수입은 1.1% 감소해 무역수지 적자가 8.9% 개선되는데 이와 같은 불황형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한경연은 또 보고서에서 미국의 법인세율이 큰 폭으로 낮아지면서 미국으로 자본 쏠림 현상이 발생해 향후 10년간 미국의 투자는 연평균 13.6% 증가하고 고용은 연평균 81만8,000명 증가하고 GDP는 연평균 2.7%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 보고서는 법인세 인하로 미국의 임금은 연평균 0.7%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임금 상승과 고용 증가는 가계소득 증가의 원인이 되고 소득 재분배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미국의 세제 개편은 법인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비과세 감면 축소와 최저한세율 폐지, 영토주의 과세체계로의 전환 등 세제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넓은 세원, 낮은 세율'과 세제의 단순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정반대로 가면서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소득 재분배도 악화될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세율을 인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법인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조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상생협력촉진세 폐지, R&D 투자세액 공제 확대, 외국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조건 완화, 최저한세제 폐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