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묻지마식’ 구조조정…‘자충수’
용접 등 숙련공 中日 유출 가속…“활황기 대비해 미래지향적으로”
#.
배 한척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기술 가운데 절반이 용접 기술이다. 이는 6대 뿌리기술 가운데 하나인 용접이 없으면 배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용접 숙련공은 학교와 학원 등을 졸업하고도 현장에서 5년 이상 일해야 가능하다.
최근 정부가 부진한 국내 조선 산업에 대한 구조 조정에 주력하면서 우수 용접 인력이 일본과 중국으로 대거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 가운데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재 입사 5년차 이상 관리기술직 사원에 대한 희망 퇴직 받고있다.
이로 인해 최근 두달 간 회사를 떠나 정규직 사원만 1,300명이나 된다. 이중 숙련공인 5년차 이상은 100명이 안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STX까지 포함하면 퇴직한 조선업 정규직 사원은 3,000∼5,000명 정도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이들 퇴직 직원은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위로금믈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에서 퇴직금이 적은 사원뿐만이 아니라 숙련공 역시 중국과 일본에서 새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이중 상당수는 조선의 꽃으로 불리는 용접기술인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주로 일본에서 일자리를 찾고있다. 일본의 경우 조선 인력이 많지 않고, 아베 정부가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회복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현재 용접사나 설계사 등 고급기술 인력을 최대한 수용하고 있다”면서 “중국이나 필리핀으로도 국내 고급 용접인력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숙련공 유출 막을 방법 없어
조선 등 국내 산업계가 전체적으로 침체라 새로운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조선 업체들도 살기 위해 희망 퇴직 인력에 대해 숙련 기술 보유 여부를 떠나 ‘묻지마식’ 퇴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없다.
이는 종전 세계 1위던 한국의 조선업의 지속적인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향후 조선 활황기가 왔을 때 고급인력 부족으로 인한 기술 뒷받침이 안될 경우 주요 선사들이 우리 조선업체를 기피할 수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 기술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면서 “용접은 현장에서 최소 4∼5년은 근무해야 숙련공이 되는데 현재 국내 조선 구조조정은 이 같은 고급 인력을 몰아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수 인력이 유출돼 중국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우리를 따라잡으면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이라며 “미래를 내다보는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