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암남동 화재사고 용접사
3명에게 장기 기증하고 떠나

유가족 "사측 무성의한 대응에 분노"

2017-01-17     엄재성 기자

지난달 26일 서구 암남동의 수산물가공 물류센터 신축현장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용접사 정모(66) 씨가 21일 만에 숨졌다.

뇌사 상태에 빠진 이 남성으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3명은 새 생명을 얻었다.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9시 50분경 서구 암남동 수산물 가공회사인 H사의 냉동공장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독가스를 마신 채 쓰러져 인근 고신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사고 당시 정 씨는 냉동설비기계의 배관을 잇는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 씨는 이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로 중태에 빠졌으며 지난 16일 오후 3시 20분경 의료진으로부터 뇌사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씨 가족은 병원 측 통보로 찾아온 한국장기기증원 관계자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적출된 정씨의 간과 콩팥은 3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유가족의 장기기증 결정은 힘든 상황에서 이뤄졌다.

유가족은 "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좋은 일 하시라는 뜻에서 가족회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화재 사고 이후 회사 측의 무성의한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회사 측은 병원비와 보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놓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정씨의 아들은 "회사 사장이 부탁해 아버지가 다른 일을 제쳐놓고 공사 현장에 나갔다가 돌아가셨는데도, 사측에서는 '우리가 언제 불 끄러 들어가라고 했느냐'고 아버지에게 책임을 떠넘겨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17일 "병원비나 보상 문제는 변호사와 상담 진행 중이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 순간의 용접 작업 실수로 전 재산인 공장을 날려 피해가 막심하고 무척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