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업계 ‘과당경쟁’...경영난 심화

뿌리조합, 뚜렷한 해법 찾지 못해...새정부, 출혈경쟁 방지·납품단가 해법 마련해야

2017-05-15     엄재성 기자

수요산업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뿌리기업들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있다.

대다수 뿌리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조합 관계자들은 매년 상승한 산업용 전기요금과 인건비 외에 수요산업의 불황과 동종 업체 간 과당경쟁을 애로사항으로 최근 꼽았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납품단가 인하가 뿌리업체 수익저하로 이어지기 때문.

공정거래법 상으로 조합이 업체들을 대신해 납품단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뿌리업체 가운데는 조합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업체들도 많아, 이들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뿌리조합의 지적이다.

주물조합 서병문 이사장은 “수요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함께 업체들의 과당경쟁이 납품단가 하락의 원인”이라며 “조합이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뿌리업계의 과당경쟁을 대기업들이 불공정거래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근거로 악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의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금형 발주를 할 때 납품가격을 5천만원으로 해도 실제 입찰 시에 그보다 한참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들은 이를 근거로 해서 ‘우리가 단가를 깍은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그 가격을 제안한 것이다’라고 하면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요. 결국 과당경쟁이 상시화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대기업 뿐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조합이 과당경쟁 자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열처리조합 주보원 이사장은 “과거에는 열처리와 관련하여 품목별로 가이드라인을 지정해 운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어요. 지금은 조합원사가 아닌 업체들도 많은 상황이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당경쟁은 뿌리업계 만이 아닌 국내 산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것이며,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과당경쟁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단조조합 박권태 전무는 “사실 몇몇 특정 분야가 아닌 이상 국내 산업계는 대부분 과당경쟁 체제로 봐야 한다”며 “조합이 가이드라인을 세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만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뚜렷한 해결책이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열처리조합 이종길 전무는 “일본의 경우 조합 소속인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의 기업활동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 조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업체만 회원으로 받아 적극적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내에서 조합 소속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결국 비조합원사인 기업들은 경쟁에서 불리한 것이다. 결국 조합이 일정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조합의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 개선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새 정부는 국내 경제에서 뿌리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산업계의 과당경쟁과 출혈단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정교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뿌리업계와 적극적인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뿌리업계 또한 정부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 및 국회와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