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Lead)·배터리 계약 협상 ‘말 뿐인 상생’…“더 강해진 우월적 위치”

더욱 거세진 프리미엄 하방 압박…연 업체 간 물량 확보 치열

2020-02-19     김간언 기자

  국내 연(Lead) 장기 계약 협상이 지난해 말만 해도 평년 대비 일찍 끝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최근 들어 나타난 각종 변수와 수급 변화로 인해 난항을 보이고 있다.

  중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자동차 시황이 악화되고 있다 보니 연 공급 업계와 수요 업계 간의 입장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춘절과 코로나19 확산 이전 계약 협상 흐름과 이후가 완전하게 달라졌으며 대표적 수요 업계인 배터리 업계의 우월적 위치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다.

  우선 고려아연과 배터리 업체 간의 4N(순도 99.99% 이상)연 계약의 경우 춘절 이전 고려아연이 기대하는 수준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배터리 업체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4N연 계약은 재생연(순도 99.99% 미만) 계약에 비해 조속하게 끝났으며 2월 중순 마무리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배터리 업체들이 시황 악화와 감산을 이유로 프리미엄 조정을 요청해 시일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계획을 수정해 전년대비 프리미엄 인상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3월 초까지는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난항을 겪고 있는 재생연 업체와 배터리 업체와의 장기 계약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5~10달러가량 프리미엄 상승이 기대됐지만 현재는 동결 내지 하락까지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재생연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하고 생산이 전년대비 증가하는 반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최소 10%에서 최대 20%가량 국내 재생연 수요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시황 악화로 인한 배터리 생산 감소와 수입산 활용 등의 이유이다.

  국내 재생연 업체들은 원료인 폐배터리 가격 고평가와 큰 손실 가능성, 안전운임제와 각종 환경 부담금 증가 등을 이유로 프리미엄 상승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컨테이너 화물 운반비에 할증이 붙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총 제조원가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재생연 업체들의 사업 악화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

  그렇지만 배터리 업체들은 자동차 시황 악화에 물량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재생연 업체들이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도 무의미한 일이 되고 있으며 오히려 배터리 업체의 의견에 빠르게 동조하려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물량이 감소하는 업체도, 늘어나는 업체도 있지만 전체 수치를 합산해볼 때 올해 재생연 생산량이 전년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연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다 보니 올해 1분기부터 재생연 수급이 공급 과잉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상당수 재생연 업체들이 프리미엄보다는 물량 확보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일단은 판매에만 집중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 1개 업체라도 프리미엄을 낮추게 되면 사실상 모든 재생연 업체들이 적용받는 만큼 재생연 업체들의 상황이 매우 불리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인 세방전지가 관계사인 상신금속의 재생연을 대량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알려져 이 경우 국내 재생연 공급 과잉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지난해 상신금속이 세방전지의 관계사가 될 때만 해도 재생연 업계에는 세방전지가 상신금속의 물량을 대부분 사용하고 수입산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세방전지의 또 다른 관계사인 동양메탈의 경우 세방전지에 재생연 생산량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방전지가 상신금속과 거리를 두면서 국내 재생연 수급은 심각한 공급 과잉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세방그룹의 투자와 인적 지원에 상신금속이 이전보다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상신금속이 아트라스와 델코 등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프리미엄 프로모션을 일시적으로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과 변수들로 인해 재생연 업체들이 매우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사업 전환과 대대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연 수요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올해 장기 계약 협상이 재생연 업계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