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세상을 또 움직일 수 있을까?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코가 내걸었던 유명한 슬로건이다. 공중파로 퍼져나간 이 슬로건은 철의 전하는 희망의 울림과 가치로 사람들을 ‘헉’ 소리 나게 했다.
그 시절 그 TV광고를 집에서 보고 있던 한 초등학생은 철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한다. 20년이 흘러서는 저항없이 철강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 어린 친구가 지금의 기자다. 철의 가치를 알게 해줬고, 현재도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 생애 최고의 광고였다.
소리 없이 세상과 사람들을 또 움직일 수 있을까. 2000년대는 가능했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철의 강렬한 떨림과 사회 신뢰는 회귀란 본능에 의해서든, 또는 계산에 의해서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우리의 고정적 패턴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자동차와 조선, 조선 등 철강과 동기들은 여전히 주력 업종인데 우리는 사양업종이다. 젊은 친구들은 철강공정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리튬을 논하지 않고 포스코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소재 공급사는 옛말이고 요즘은 협력사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중국산 침공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해도 국민적 공감대는 얻지 못한다. 그저께 갔던 철의 날 행사에서는 철강 업계가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가동률 하락으로 국내 공장 매각 가능성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철강업계의 홍보는 분발해야한다. 기업 홍보 담당자 뿐만 아니라 한국철강협회와 전문 언론사에서 철강 이야기를 전하는 기자들도 모두 반성해야 하는 문제다.
우리가 만든 철에는 이름이 없다. 철은 사람들에게 그냥 철이라고 불린다. 쇠젓가락으로 밥을 먹으면서도 철의 존재를 찾기 어려워하고, 철강산업을 아무 데나 이해하고 말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동안 업계가 노력을 안 해왔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이 일반인들에게 어렵거나 폐쇄적인 소통 방법으로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동화책들을 쓰고 있었다는 것은 우려스럽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물건을 팔아야 한다. 최종 소비자와 접점을 찾거나 공감이 되는 부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훗날 사양산업을 넘어 멸종산업이 될 수도 있다. 철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어느 때보다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업계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