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죽 쒀서 개 줬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배우 겸 가수인 신신애 씨가 불러 대박을 터트린 노래다. 가사 중에는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 가사의 뜻은 가짜를 희화한 것이다. 이 짜가가 ‘짝’으로 변화하여 낮춤말인 ‘퉁’과 결합해 짝퉁이 되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비속어 특성상 정확한 어원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짜가에서 유래한 것에 설득력을 얻는 ‘짝퉁’이란 말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1998년에는 10대들이 사용하는 은어였고 현재는 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엄연한 표준어이다.
사전적인 의미의 짝퉁은 고급 브랜드 상품을 모방해 만든 가짜 상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전 세계 짝퉁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는 모조품을 ‘산자이(山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짝퉁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이것을 중국어로 해석하면 산에 목책이 둘러져 있는 곳이나 산적의 소굴을 뜻한다. 이 뜻은 짝퉁을 정부가 관리와 통제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짝퉁 본산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도 수많은 짝퉁을 찍어내며 기업과 소비자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
짝퉁의 폐해는 심각하다. 정품인 줄 알고 구입한 소비자가 최고 피해자이다. 짝퉁을 정품 가격을 주고 샀다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품질이 분명히 하자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피해가 크다. 짝퉁 때문에 정품 이미지가 나빠지면 정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 가격대가 저렴하면서 품질이 정품과 비슷한 것도 문제다. 소비자들은 정품 대신 짝퉁을 찾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품을 생산하는 제조사의 몫이 된다. 이것을 단속하지 않고 정부가 묵인하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 그렇다.
중국 업체의 우리 제품 상표 도용은 도를 넘어섰다. 우리 기업의 원조 상표 모양이나 이름을 아주 미세하게 바꿔 자국 브랜드처럼 특허청에 등록한다. 이것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한국 상품을 무단으로 도용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흑심(黑心)이 있다. 우리 TV 프로그램 베끼기는 일상화되었다. 국내 방송사가 문제를 삼아도 막무가내이다. 판권을 사서 떳떳하게 방송을 할 수도 있지만 마치 자기들의 창작 작품인 양 오리발을 내민다. 짝퉁과 뻔뻔함이 공존하는 나라 국민다운 행동이다.
철강재도 중국산 짝퉁이 넘쳐난다. 규격 미달 제품이 문제이다. 이 중국산 철강재는 사람은 물론이고 국내 시장에 암적인 존재다. 각종 안전 문제를 야기하며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울산 물탱크 폭발 사고 등의 원인을 쫓아가 보면 규격 미달 중국산 철강재가 있었다. 이 밖에도 감리가 느슨한 소규모 빌라나 공장 건축 현장에 주로 사용되고 있어 ‘시한폭탄‘과 같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문제에도 중국산 짝퉁 철강재는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저가를 앞세워 소비자를 농락하고 있다.
중국산 짝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업계만이 아니다. 수요 연관업계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한국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위조 상품(짝퉁) 규모가 2021년 한 해 97억 달러(한화 11조 1,00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전자제품이 51%로 가장 많았다. 이들 위조 상품이 유래된 지역은 홍콩(69%)과 중국(17%)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무늬만 다르지 한 뿌리나 다름없는 주범들이다. 양심을 버리며 짝퉁을 생산하는 저들은 부끄러움도 모른다. 수많은 연구개발비와 피땀 어린 노력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뻔뻔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죽 쒀서 개 줬다’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기술을 훔쳐가는 것은 그것을 개발한 연구원과 기업을 힘 빠지게 하는 짓이다. 그것을 중국이 세계에서 최고로 잘한다. 국가와 기업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기업의 매출과 정부 세수, 일자리 손실이 그것이다. K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더 큰 문제다. 중화사상에 도취해 세계 최고 운운하면서 하는 짓이라고는 몰래 기술을 훔쳐가는 대륙의 도둑들을 잡아 엄벌해야 한다. 정부가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가 미흡하다. 더불어 우리 기술을 해외에 팔아먹는 매국노가 나오지 않도록 국가와 기업의 주의도 요망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2위, GDP 1,000억 달러당 특허 출원 세계 1위, 인구 100만 명당 특허 출원 세계 1위이다. 이것은 막대한 투자와 연구 끝에 맺은 결실이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된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같은 결실이 기술 유출로 흠집이 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되놈(뙤놈)’들이 요주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