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조달시장 납품권 보장해야

2024-08-26     엄재성 기자

국내 건설 경기 장기 침체와 주요 수출국 경기 부진으로 주요 전방산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철강업계와 뿌리업계의 경영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재 가공업계와 뿌리업계는 극도의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시장 잠식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물론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영위기가 단기간에 심화됐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시장 지위가 낮아 협상력이 약한 탓에 소재 대기업과 수요 대기업 사이에서 높은 원료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낮은 납품단가로 인해 수익성이 5%를 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가 심각한 이유는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침투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철선업계의 경우 중국산 완제품 가격이 국내 소재 가격보다도 낮아 민간 주택시장에서는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며, 금속울타리업계 또한 민간 건설시장에서는 중국산 수입재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파스너업계의 경우 자동차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건설 및 산업재 시장은 이미 중국산에 잠식당한지 오래이다.

주단조업계 또한 일부 고기술 제품을 제외한 일반 제품들의 경우 수요가들이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우선 채택하면서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민수시장 만이 아니라 공공조달시장에서도 중국산 수입재 침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선재 가공업계와 뿌리업계의 경우 마땅한 수입 규제 및 품질 규제가 없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전력회사 및 발전회사에서 사용하는 스텝볼트와 주조품의 경우 최근 들어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발전 및 전력 분야에서도 일반 제품의 경우 값이 싼 중국산 제품을 우선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주조업계와 파스너업계의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선재 가공업계와 뿌리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수입 규제의 미비로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 외에도 직접생산 확인과 품질 검증 없이 들어온 제품이 채택될 경우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달시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엄격한 규정을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는 데도 정부는 마땅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그저 저가의 수입재 채택을 늘리고 있다.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달사업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품질 인증과 직접생산 확인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납품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