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역사의 문래동 철강단지를 방문하다

1000여곳의 철공소 밀집한 과거 수도권 철강유통의 중심 전방산업 부진등으로 인해 침체기...재개발 사업 예정돼

2024-08-23     이원진 기자
60년

섭씨 32도의 무더운 더위가 드리운 8월, 과거 수도권 철강재 유통의 중심이었던 문래동 철강지구를 방문했다. 문래동 철강단지는 60년대부터 크고 작은 철공소들이 모여 형성돼 50년 넘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거리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문래동 철강지구의 모습은 현재도 전성기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1~2층의 낮은 층고의 건물, 색이 바랜 벽돌, 천장에 씌어진 슬레이트 등은 문래동만의 정겨운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그 긴 역사를 몸소 보여주는 듯 했다.

문래동 철강단지에는 1000여 곳이 넘는 철강 가공 및 유통 업체들이 위치해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소상공인 단위로 운영되는 이 곳에는 전성기인 90년대만 하더라도 철강재 수요가 빗발쳐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거리가 붐비곤 했다.

현재 그러한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철강재를 보러 온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더운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소수의 상공인들이 있을 뿐이었다. 

단지를 거닐다 보니 영업을 하지 않는 가공업체들이 눈에 띄었다. 이에 문래동에서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시황이 좋지 않아 수많은 가공업체 및 유통업체들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 역시 "철강의 최대 수요처인 국내 건설업계가 침체됨에 따라 주문 물량이 매우 줄었다"며 "그나마 견조한 실적을 내는 자동차 업계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대기업 철강재를 선호하는 탓에 소상공인 위주인 문래동 철강단지의 경기가 어둡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문래동 철강지구의 경제 동력이 약화되면서 문래동 일대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철공소들이 밀집한 문래동 1~3가는 재개발을 위한 지구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며, 문래동 4가는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재개발 조합 설립 인가를 받고 올해 안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계절이 변함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듯, 50년 넘는 역사의 문래동 철강지구가 그 끝을 향해 달려감으로써 한차례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