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쐐기 박나?…공개매수價 상향

주당 89만 원에 유통주식 전량 매수 추진 영풍정밀 매수가격도 올리며 방어 총력 MBK “더이상 가격 안올려”…18일 가처분 판결 촉각

2024-10-11     방정환 기자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방어하는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영풍정밀의 대항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렸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은 마지막 승부수로 보여지며 경영권 방어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직전까지 MBK와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 모두 83만 원으로 동일한 상황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것이다. 

회사는 주당 89만 원에 고려아연 기명식 보통주를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최대 414만 657주 매수할 예정이라고 수정 공시했다. 이는 사실상 시중 유통물량 전부를 매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모두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확고히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성장성 및 장기적 기업가치를 고려하여 공개매수 가격을 올렸다”면서 “시장 상황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 고민하고 토론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주관 증권사를 기존 미래에셋증권에 더해 KB증권도 추가했다. KB증권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청약 모두 가능하다. 

고려아연 지분 경쟁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도 인상했다.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3만 원에서 3만5,000원으로 5,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영풍정밀 매수 예정 수량은 25%로 기존과 동일하다. 공개매수 주관사에는 하나증권과 함께 KB증권이 추가됐다.

반면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고, 가격 경쟁이 기업과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 성공에 무게감이 실린다. MBK가 공개매수가격을 더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개인·기관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최 회장 측이 진행 중인 공개매수에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 주요 논리다. 해당 사건은 오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 심리로 진행된다. 이 재판부는 앞서 영풍이 신청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