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기업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2024-11-25     에스앤엠미디어

상법 개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고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등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이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기업 사장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사장단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경제의 주춧돌이 돼 왔던 수출 마저도 주력업종의 경쟁력 악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함으로써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관련 법안 논의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현행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이번 상법 개정은 그룹(대기업 집단) 내 계열사 간 합병이나 주식 교환 등 자본거래를 할 때 총수 일가의 이익 등 일부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사회가 의사 결정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취지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이다. 1998년 만들어진 이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기존 상법 개정 논의는 이 조항에 ‘주주’를 추가해 이사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를 부여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현행 상법상 이사는 회사의 일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자로서 회사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선관주의의무)를 지는데, 기존 개정안 등이 이러한 상법의 기본 틀과 충돌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논란을 줄이기 위해 기존 조항은 그대로 두고,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별도 문구를 새로 추가하겠다는 것이 최종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기업이 외국자본에 크게 노출되는 부분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크게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상법 개정은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규제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