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동남아 시장…中 수출 경쟁 이겨낼 수 있을까?
中 철강, 동남아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韓 철강 점유율 계속해서 하락 국내 수요도 줄어드는데…열연강판·후판 등 범용재 수출 경쟁력 약화?
동남아시아 철강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의 동남아향 저가 물량 공세에 맞설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저가 경쟁이 더욱 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中 철강, 동남아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韓 철강 점유율 계속해서 하락
동남아시아철강협회(SEAISI)에 따르면 2024년 아세안 주요 6개국(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의 철강 소비량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7,65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 투자 확대와 관광산업 회복, 건설 및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따라 철강 수요도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들의 철강 생산능력 확대도 이뤄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동남아 10개국의 철강 생산능력은 2022년 8,040만 톤에서 2025년 최대 1억840만 톤으로, 3년 만에 35%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철강협회도 2030년까지 동남아 지역에서 9,100만 톤의 생산능력이 추가될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 철강업계는 현재 동남아 철강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잉 생산능력으로 인한 대량 수출과 이를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024년 중국 철강업계의 수출이 1억 톤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상당 물량이 동남아 시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철강업계의 동남아 시장 점유율 하락하는 추세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업계의 동남아 시장 점유율은 16.9%를 형성한 가운데 전년 대비 1.7%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하고 동남아 국가 자체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국산 점유율이 하락했을 것”이라며 “범용재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는 사실상 불가하다”라고 전했다.
■ 국내 수요도 줄어드는데…열연강판·후판 등 범용재 수출 경쟁력 약화?
특히 철강업계는 열간압연강판과 중후판 등 범용재 시장에서 중국과의 과잉 경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저가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내수 수요가 부진한 점도 국내 철강업계에는 부담으로 자리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후판 수요는 연간 800만 톤 이상을 줄곧 유지했으나 올해 700만 톤대 중후반 선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더욱 감소한 수요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가 줄어든 부분을 수출로 극복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일반 범용재 시장의 경쟁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내년에도 국내 철강업계는 내수 수요가 줄어든 부분을 수출로 극복하려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의 동남아향 저가 경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동남아향 열연강판과 중후판 수출 물량은 3년 동안 증가하지 못하고 정체한 것으로 집계됐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범용 판재류 수출 물량은 각각 146만 톤, 181만 톤, 191만 톤으로 집계됐다. 다만 2021년 131만 톤으로 감소한 이후 3년 연속 110만~120만 톤에 머무른 상태다.
지난 10월 동남아향 국산 열연강판 평균 수출가격은 톤당 552달러로 지난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나타냈다. 후판 평균 수출가격도 688달러까지 하락하며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후판 제조업계 관계자는 “저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