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전사적 탄소 데이터 관리체계 갖춰야”
한국표준협회 문동민 회장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국내 제도와 CBAM 조화 중요”
한국표준협회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배출량 검증의견서 작성 등 사업을 통해 철강업계 통상 대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문동민 표준협회장은 1995년 행정고시(38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후 산업자원부 구미협력팀장과 지식경제부 산업기술개발과장, 철강화학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장, 주일본대사관 상무관,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관, 무역투자실장 등을 역임했다.
철강 분야에 대해서도 이해력이 높고 국내외 산업 및 통상 정책 대응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특히 무역위원회에 상임위원 소속으로 철강 통상 분야의 현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어, 새로운 무역규제 장벽이 될 CBAM에 대한 표준협회의 지원사업이 한층 강화되고 고도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CBAM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산업부에서 통상 관련 주요 직책을 수행하여 무역 관련 업무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시행으로 기업의 수출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기업에서 CBAM 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하는가?
문동민 회장 : CBAM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관세와 유사하게 국가 간 무역규제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관세는 시장가격이나 국가 간의 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고정된 비용인 반면, CBAM으로 부여되는 비용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연동되는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생산자가 관리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걸 뜻한다.
CBAM 제도 시행을 계기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군에서는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탄소배출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여 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 시기를 잘 준비한다면, 국내 기업이 경쟁국에 비해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CBAM 확정 기간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철강·금속 업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
문동민 회장 : CBAM의 시행은 철강·금속 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탄소 배출량 감축과 관련된 기술적 과제다. CBAM은 EU 수출 제품에 포함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이 부과되기 때문에, 저탄소 제조기술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업계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탄소 산정 및 보고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을 수 있다. CBAM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정확한 탄소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사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Q. 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에 대한 기관 및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문동민 회장 : CBAM 적용으로 인해 EU 수출 제품의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가 절감과 효율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도입과 재생 에너지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정 전환을 하는 방법 등 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기술 개발로 CBAM 규제를 준수하는 동시에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국내 정책과 지원 체계도 중요한 요소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 국내 제도가 CBAM과 조화를 이루도록 정부 차원의 기술 지원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Q. CBAM이 업계 전반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을 어떻게 예상되는가?
문동민 회장 : CBAM은 단기적으로는 철강 및 금속 업계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가 저탄소 기술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탄소 배출 감축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BAM은 업계 간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주요 철강·금속 생산국과의 협력이 국내적으로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CBAM은 업계 전반에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철강·금속 업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