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출범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가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트럼프의 두 번째 집권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통상과 에너지 정책 변화는 이미 예견돼 왔다. 중국뿐 아니라 우방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관세 공격이 예고됐고 최우방국이라 자임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정책에서 우리나라가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정에 일부 공백이 생기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거나 자칫 실기(失期)할까 우려가 크다.
올해 신년호를 준비하면서 여러 기업과 기관, 단체의 대표나 임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들 모두 한목소리로 ‘전례 없는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 6단체장들의 신년사에서도 공통적으로 올해 대내외적으로 경제·경영 환경의 불안정성이 크다고 보면서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했다.
지난 2018년 3월 초 트럼프는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옹호하면서 자신의 트위트에 “We must protect our country and our workers. Our steel industry is in bad shape. IF YOU DON’T HAVE STEEL, YOU DON’T HAVE A COUNTRY!’라고 썼다. 나라와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철강산업의 형편이 나쁘다고 언급하며 “철강이 없다면 국가가 없다”고 한 것이다.
마지막 문장을 대문자로만 작성한 점은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전 세계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당선을 이끈 러스트벨트에서 철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치적 문법을 구사한 것이지만, 그의 첫 번째 재임기간 중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에 대한 무역규제 조치는 강도 높게 이뤄졌다.
당시 트럼프는 모든 수입에 대해 10%, 중국에 대해서는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가 뒤따랐으며, 이러한 G2의 통상 갈등은 전 세계 경제와 공급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까지 인상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결국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축약되는트럼프 2기의 주요 정책 향방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관세장벽, 중국과 디커플링, 바이든 정책 폐기, 반이민정책, 법인 및 소득세 인하 등을 통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철강산업 살리기에 나서면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 쿼터가 더 줄어들 수 있고,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폐기될 수 있어 자동차 수출 길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현재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과격한 중국산 철강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할 경우, 중국 철강제품이 풍선효과로 미국을 제외한 시장으로 헐값에 유입될 수 있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 과열과 국내 시장 유입 확대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는 개별 기업이나 협회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조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당장 중국산 수입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 선호 분위기 조성,수요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 중국과 갈등이 심한 국가들에 대한 전략적 시장 공략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