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 "고려아연 이사수 상한 찬성…16명 적절"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분석 보고서 발표 … 불확실성 등으로 집중투표제엔 반대 이그니오 투자 평가엔 "시기상조" 반대 의견 … 고려아연 주주환원·투자성과 긍정 평가 MBK·영풍 추천 이사 14명 중 4명만 찬성 권고

2025-01-10     방정환 기자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의 핵심 안건 중 하나인 이사 수 상한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고려아연 경영진의 주주환원 노력과 투자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MBK·영풍의 이사 추천 14명 가운데 영풍 강성두 사장을 비롯한 10명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한국시간 1월 9일 오후 11시 경 기관투자자들에게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같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다는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송했다. 우선 ISS는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1-2호 의안인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ISS는 현 이사회가 제안한 19인 이하가 아닌 16인이 적절하다며 현 이사회가 12명인 점을 감안해 4명이 더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MBK와 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 14명 가운데 4명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했고,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ISS가 찬성 권고한 4명의 이사 후보는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 4명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과 함께 전면에 나서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을 이끌고 있는 강성두 영풍 사장에 대해선 반대 권고를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ISS는 찬성 권고하는 이사 수를 4명으로 제한한 데 대해 "이사회 규모를 16명으로 제한하려는 추가 목적도 있다"며 "16명의 재구성된 이사회는 보다 민첩하고 기능적으로 운영되고 새로운 시각과 활발한 논의를 보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ISS는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인 권순범 변호사의 연임에는 찬성했다. 권 변호사는 현 경영진 측이 추천해 지난 2023년 선출된 바 있다.

이와 함께 ISS는 △액면분할 △소수주주 보호 정관 명문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집행임원제 도입 등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이번 임시주총의 또다른 주요 안건인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또한 ISS는 MBK와 영풍 측이 일부 주장이 왜곡됐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총주주수익률(TSR)이 2021년 32%에서 2023년 -5%로 떨어졌다고 비판해왔는데, ISS는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놨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최윤범 회장이 CEO로 임명된 2019년 3월부터 2024년 9월까지 고려아연의 TSR은 45.8%로 피어그룹의 평균 TSR인 37.8%를 초과했다"며 "반대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TSR이 피어그룹 대비 낮다고 주장했지만 피어그룹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성과에 대해서도 ISS는 MBK-영풍과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ISS는 "고려아연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지난 몇 년간 동종업계 중앙값을 3.6~5.5%포인트(p) 초과하며 성과를 보였다"며 "더 주목할 만한 점은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적게 투자했는데도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MBK-영풍 측이 지속해서 비난하는 고려아연의 신사업인 미국 이그니오 투자에 대해 현 시점에서 평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다. ISS는 "인수할 당시 이그니오는 미국에서 전자폐기물 수집 및 처리 사업, 재활용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한 자본적 지출 증가로 좋지 않은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기록하고 있었다"며 "따라서 이그니오 투자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한편 ISS는 고려아연의 현재 경쟁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ISS는 "고려아연은 글로벌 아연 제련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기술적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러한 점은 반대 측(MBK-영풍 측)도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