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철강

2025-02-12     손유진 기자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메시지를 남긴다. 배경 음악은 I believe고, 컨셉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가 말한 수칙 10가지 같은 것이다. 글자 수 제한과 아이디어 고갈로 수칙은 3가지로 추린다.

첫째, 동남아의 조강 생산능력 증가는 미리 대비하는 게 좋겠다. OECD는 동남아의 올해 조강 생산이 1억 톤을 넘고,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해 2.5배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철이 일본, 중국, 한국에서만 나오는 줄 안다. 또 동남아산을 누가 사냐며 안도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중국 철강 증치세 환급이 전면 폐지돼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씨가 말랐을 때 동남아산이 공백을 메운 것을 보라. MOQ나 패킹 문제는 있었지만 품질에는 이상이 없었다. 값싼 가격과 최신 설비로 만든 제품이 우선인 우리나라 시장에서 동남아산을 구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둘째, 황제펭귄식 ‘허들링 전략’은 꼭 배워야 한다. 허들링은 황제펭귄들이 남극의 겨울동안 추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똘똘 뭉치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위기는 남극의 블리자드(blizzard)와 다를 바 없다. 근데 우리는 붙어있기 보다는 떨어져있길 바란다. ‘시황 부진, 미국 영향, 중국 경기 악화’ 등 무적의 단어를 앞세울 땐 언제고, 우리는 말만 극한기후고, 마음은 아열대 기후다. 자기 살기에 급급한 우리가 규격화 작업, 수입재 대응, 통상 전략, 기술 개발 등의 방식으로 서로 연대하며 추위를 이겨나가보는 게 어떨까.

셋째, 철을 평소보다 더 관심 있게 봐주길 바란다.

해외여행을 가면 가전제품 판매점에 들러 냉장고 등에 쓰이는 컬러강판 색감과 패턴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조카의 머리에 삔을 꽂아줄 때는 브라이트 강판을 매만져보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스테인리스의 광택도를 체크하기도 한다. 

기자가 만난 철강업계 관계자의 열에 아홉은 철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는 철강 마케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관심을 갖고 아는 상태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시각에서 더 많은 것이 보일 텐데 말이다. 기획력도 샘솟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