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사장님 고마워요!
임금(賃金)은 근로자가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땀의 대가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에는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계약에 의해 성립된 약속이다. 이에 따라 고용자는 피고용자에게 임금 지급 의무를 지닌다. 만약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윤리와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체불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이것을 타인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은 민생범죄이기도 하다. 근로자와 가족의 생계를 곤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생활의 근간마저 흔든다. 특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 피해가 크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로 근로자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퇴직금을 주지 않는 업체도 많다고 한다. 법망을 피하는 변칙적인 방법이 악의적이다. 계약직으로 채용해 1년씩 계약을 연장하는 수법이 그렇다. 힘없는 근로자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수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피해자가 줄지 않고 늘어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2024년 임금체불액이 사상 처음 2조 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24년 12월 말 기준) 누적 체불은 2조 448억 원으로 전년도 1조 7,845억 원보다 1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근로자는 28만 3,212명으로 전년(27만 5,432명) 대비 2.8% 증가했다. 근로자 28만 명 이상이 체불임금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자료가 말해준다. 대부분 영세업체 종사자라는 점이 안타깝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원인이다. 해결책이 시급하다.
기업들이 봉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핑계 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나름 이유가 있다. 고금리에 따른 자금 경색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고용 유지와 임금 지급이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치명적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과 노동환경 개선 요구가 강해지면서 기업 부담이 가중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경영 환경이 나빠졌다. 이에 수많은 경영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고 고용인의 형편을 봐주기에는 근로자들 사정이 딱하기 그지없다. 한 근로자의 가정을 들여다보자. 가정이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장의 봉급이 이것을 해결한다. 그런데 회사 사정으로 봉급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가정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 가정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지고 가정불화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종국에는 가정 파탄까지 난다. 이러한 이유로 체불을 범죄라고 하는 것이다. 가정의 평화를 깨트리고 파멸을 불러오는 범법행위인 것이다.
임금을 제대로 받는 직장인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다. 요즘도 봉급이 안 나오는 회사가 있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이 순간에도 많은 직장인이 체불로 고통받고 있다. 영세업체가 많은 우리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철강 및 비철금속의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 날씨마저 맹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불어나는 카드 빚에 노심초사하며 봉급이 정상적으로 나오기를 고대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냉골이다. 법과 제도적인 장치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머리를 맞대야 해결책이 나온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을 강화하고, 체불 발생 시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주가 자금난을 겪는 경우 정부 차원의 긴급 대출 지원이나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임금 지급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노사 상생 협력을 통해 고용 안정을 높이는 것도 체불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것은 근로자와 고용주, 정부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정부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뒷짐만 지고 있으면 국민의 원성만 높아진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는 체불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이슈를 넘어선다. 사회적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불행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는다. 임금체불은 중대한 민생범죄이다. 고용인들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뿌리 뽑기가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악의적 체불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야 하고 처벌도 무거워져야 한다. 우리 직장인들은 날짜만 되면 꼬박꼬박 나오는 봉급에 대해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당연한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노력의 대가를 제 날짜에 받지 못하는 직장인이 많다. 이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면 제날짜에 봉급을 주고자 노력하는 사장님들 노고가 새삼 고마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