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지구촌 빌런이 된 中國
이웃의 중요성에 대한 속담이 많다.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영국 속담에는 ‘좋은 이웃은 멀리 있는 형제보다 낫다’는 말이 있고, 스코틀랜드 속담에도 ‘친구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이웃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세 잎 주고 집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라는 속담은 중국 남사(南史)에서 송계아(宋季雅)라는 사람이 이웃을 보고 시세보다 10배나 되는 집을 샀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자고(自古)로 속담은 먼 훗날에 와서도 우리의 삶에 훌륭한 교훈이 되고 지혜가 된다. 바른 길을 인도하는 등대와 같다.
조선시대 인성 교과서였던 명심보감 성심 하편(明心寶鑑 省心下篇)에도 ‘원수불구근화(遠水不救近火)요 원친불여근린(遠親不如近隣)이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먼 곳에 있는 물은 가까이서 난 불을 끄지 못하고, 먼 곳에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당장 내 옆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이웃만 못하다는 뜻이다. 가까운 친척은 자꾸 만나야 정(情)이 든다. 안 만나고 안 보면 결국 관계가 멀어지고 소원해진다. 이 교훈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현대에 와서는 ‘이웃사촌’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위의 속담과 명심보감 구절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주위에는 사이좋게 왕래하며 즐겁고 어려운 일은 함께 나누는 이웃이 많다. 하지만 이웃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지 못한 원수 같은 이웃도 있다. 이웃 개념에서 크게 생각하면 국가도 이웃이 있다. 중국과 일본이 우리 이웃이다. 역사적으로나 현대에 와서도 이 두 국가는 좋은 이웃은 아닌 것 같다. 수많이 침략을 받은 아픈 과거가 있다. 나라까지 빼앗겼던 치욕의 역사도 있다. 그러고도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는 이웃을 좋은 이웃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의 나쁜 버릇은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웃 국가는 안중에도 없다. 특히 배려나 책임감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의 눈총 거리가 된 이유다. 꽃피고 새우는 봄이 되면 이것을 실감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아름다운 봄은 그들이 빼앗아 가 버렸다. 중국 발 황사(黃砂)와 미세먼지가 그 주범이다. 봄이 되면 하늘은 희뿌옇게 변하기 일쑤다. 그 하늘에는 유해성분과 카드뮴, 납과 같은 중금속이 날아다닌다. 이것은 자동차 매연, 난방기구,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탈 때 나온다. 모두 중국에서 발원한 것이다.
중국은 말과 행동이 다른 대표적 국가다. 그들은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이 불명예를 벗고자 2022년 9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 중립 실현’ 목표를 제시했다. 그 대안으로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이나 전기자동차 같은 친환경·저 탄소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公言)했다. 하지만 이 공언은 금방 실언(失言)이 됐다. 전력난을 해결하고자 석탄발전소를 다시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착공한 석탄발전소만 94.5GW(기가와트)였다. 무려 전 세계 착공한 발전 용량의 93%에 달한다. 이 결과에 세계가 놀랐다.
애초 중국에 탄소저감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저들의 탄소 중립 실현 목표에는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책임감이 전혀 없었다. 세계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꺼낸 공허한 약속이었다. 세계는 지금 탄소저감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철강과 관련한 노력이 적극적이다. 친환경 철강을 위해 수십조 원의 재원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오로지 병들어 가는 지구를 살리는데 방점이 찍힌다. 그러나 중국만이 이것을 역행하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도를 넘은 뻔뻔함이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은 지구촌 최고 빌런이 됐다. 아편처럼 뿌리내린 중화사상에 젖어 자기들이 최고인 양 오만하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 밖에 모른다. 그래서 지금 자신들이 저지르는 잘못이 타인에게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주는지 잘 모른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석탄발전소를 줄이겠다고 한 약속도 쉽게 깬다. 마치 비에 녹아내리는 눈 덩어리처럼 가볍다. 저들을 신뢰할 수 없고 이웃이라고 마냥 좋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봄이 저만치 다가왔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힐지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도 화석연료로 생산한 중국산 철강재를 쓰는 국내 수요가가 많다. 실망스럽다. 우리의 하늘은 우리가 지켜야 하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잘못 둔 이웃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