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재무 손실 명목으로 최회장 등 경영진 3인에 4천억대 손배소 제기
"친구 운영 신생 펀드에 회삿돈 5,600억 투자해 이미 1,300억원 손실 발생해" ‘이그니오홀딩스’ 과대 인수 및 신생업체 대상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
영풍은 최근 고려아연 경영진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등과 관련해 고려아연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며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부회장, 박기덕 사장 등 3명을 상대로 회사에 4005억원을 배상하라는 주주대표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25일 밝혔다.
최윤범 회장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비정상적인 투자와 독단적인 경영행태로 고려아연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주장이다. 노 부회장과 박 사장은 전현직 대표이사로 최 회장의 업무지시를 도운 바 있어 고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에 따르면 최 회장은 사모펀드 운용경험이 전무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사회 승인조차 없이 독단적인 판단으로 무려 5,600여억원을 투자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전체 운용자산(AUM) 약 6,000억 원 중 고려아연 출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육박한다. 이에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회장이 최윤범 회장과 중학교 동창으로 매우 절친한 사이다 보니, 이러한 사적 관계가 투자 배경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고려아연 자금이 100% 가까이 투자된 ‘하바나1호’ 펀드는 SM테인먼트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하바나 1호를 포함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들은 현재 1,000억 원 이상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 원의 회사 자금을 독단적으로 투자한 것도 모자라, 최소수익률에 대한 조건도 없이 수익금을 높게 분배하기로 하는 등 원아시아파트너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최 회장 등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영풍의 주장이다.
영풍은 최 회장과 이들 경영진이 미국의 신생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 책정해 초고가로 인수함으로써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도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통해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5,800억 원을 들여 '21년 2월 설립된 이그니오를 인수했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그니오의 재무 현황에 대해 최초 지분 인수 당시인 그해 7월에는 21년 말 기준(잠정실적) 자본 총계 약 110억 원, 매출액 약 637억 원으로 공시했으나, 잔여 지분 완료 시점인 그해 11월에는 21년 결산 후 재무자료상 자본 총계 -19억 원, 매출액 29억 원으로 공시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서로 다른 이그니오의 재무현황이 공시된 것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11월 잔여 지분 완료 당시 공시를 통해 이그니오 재무현황은 확정 감사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그니오홀딩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매출액 28.71억 원의 무려 203배에 달하는 5,8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에게 설립 초기 자본의 100배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수 배경과 기존 주주들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이그니오홀딩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다른 목적을 위해 인수를 강행했거나,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위험 평가를 소홀히 해서 인수를 한 것이기에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영풍은 최 회장이 자신의 처 인척이 운영하는 씨에스디자인그룹에 수십억원 규모의 인테리어 계약을 ‘몰아주기’ 함으로써 회사의 자산을 부당하게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21년 설립된 씨에스디자인그룹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3년간 고려아연과 그 자회사의 주요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해왔다. 이 기간 씨에스디자인그룹이 고려아연 측에 따낸 계약은 총 23건으로 계약 금액은 약 33억 원이 이른다. 수주한 계약의 대부분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였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대표이사 취임 이후인 2021년 10월 6일 씨에스디자인그룹이 설립되었고, 씨에스디자인그룹의 초대 대표이사가 지난해 고려아연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그 직후에 사임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씨에스디자인그룹이 신생 소규모 업체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거의 없어 전문성과 적합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고려아연의 주요 사업장과 계열사의 인테리어 일감을 독점적으로 수주한 것은 최 회장과의 인척 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요구를 넘어 고려아연 경영의 정상화와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최대주주로서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하며 독단적인 경영의 책임을 지게 하고, 일반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