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천장 뚫는 美 열연價, “2분기엔 천달러 시대”…열연 수출, 반전은 온다?
미국 열연강판 가격, 한 달 새 24% 폭등 가격 주도권 쥔 미국 철강업계…뉴코어 공격적인 가격 인상 국내 철강업계, “가격 상승 계속된다면 악영향 줄어들 것”
미국 내수 열간압연강판 가격이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향후 국산 열연강판 수출 물동량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철강가격은 글로벌 시황과 다소 동떨어져 다른 흐름을 보이곤 했으나, 현재 가격 흐름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과 새로운 철강 관세 부과 소식 이후 다소 어두웠던 국산 판재류 수출시장 전망에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앞서 2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결정 공식화 이후 미국 내 열연강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 제조업계의 수출시장 위축을 전망하면서도 미국 철강가격의 추가 상승을 통한 피해 축소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 미국 열연강판 가격, 한 달 새 24% 폭등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 철강 산업은 요동치고 있는데 특히 열연강판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며 글로벌 가격 동향과 동떨어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철강 시장의 대표 지표인 열연강판(HRC) 가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결정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월 27일 기준 톤당 725달러였던 미국 열연강판 가격은 2월 3일 톤당 741달러로 16달러 상승했다. 이후 2월 10일에는 톤당 767달러 ▲17일 톤당 793달러 ▲24일에는 톤당 899달러까지 치솟으며 불과 한 달 만에 24% 가까이 급등했다.
철강업계는 미국 열연강판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와 함께 ▲미국 내 철스크랩 가격 상승 ▲리드타임(Lead Time) 증가 등을 꼽고 있다. 특히 미국 철강업체들이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미국 내수 철강가격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향후 관세 부과가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수입산 철강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내수 철강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캐나다산 철스크랩 공급 감소와 글로벌 철스크랩 수요 증가로 인해 원료 비용이 증가한 것도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가격 주도권 쥔 미국 철강업계…뉴코어 공격적인 가격 인상
미국 철강시장 내에서 수입재 점유율과 세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철강업계 또한 연이은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철강사 뉴코어(Nucor)는 최근 공격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뉴코어는 지난 1월 21일 열연강판 가격을 숏톤당 760달러(톤당 837달러)로 인상한 이후 ▲2월 3일 숏톤당 775달러(톤당 854달러) ▲10일 숏톤당 790달러(톤당 871달러) ▲17일 숏톤당 820달러(톤당 903달러) ▲24일 숏톤당 860달러(톤당 947달러)로 계속해서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철강업체들은 수입 철강과의 경쟁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결정권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라며 “관세 부과 이후 철강업체들의 생산 조절과 철강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철강업체들은 급격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건설 부문의 지속적인 철강 수요를 낙관하고 있다. 철강 전문 매체 스틸인더스트리뉴스는 “미국 철강업체들은 자국 내 철강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및 건설 산업이 견고한 수요를 보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단기적으로 미국 열연강판 가격이 추가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열연강판 가격이 2분기까지 숏톤당 950달러(톤당 1,047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미국 철강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외신은 “미국 철강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철강 제품의 수요가 위축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 국내 철강업계, “가격 상승 계속된다면 악영향 줄어들 것”
미국 철강가격 강세에 따라 한국 제조업계의 수출업황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미국 내 철강가격 상승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면서 수출 여건이 예상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철강 제조업계는 국내 유통가격 대비 10%가량 높은 수준으로 미국향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25%의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현재 미국 내수가격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향 열연강판 수출량은 약 42만7천 톤을 기록했으며, 최근 미국향 국산 열연강판 수출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톤당 6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월 수출가격도 600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미국향 열연강판 수출총액은 2억8천만 달러~2억9천만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25%의 관세를 단순히 적용해도 국산 수출가격은 톤당 750달러선을 나타낼 전망이다. 반면, 2월 하순 기준 미국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9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열연 제조사 관계자는 “앞선 우려처럼 미국향 수출 물량이 급격하게 줄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내수가격이 계속해서 오른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미국의 25% 관세 부과 이후 미국향 수출과 관련해 가격 관리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철강 무역규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25% 관세 외에도 반덤핑(AD) 등 추가 규제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 등 추가적인 무역규제의 타깃이 되지 않도록 가격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