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 감산 배경이 달라졌다

2025-03-24     에스앤엠미디어

얼마전 열린 양회에서 중국 정부가 철강 감산 카드를 꺼냈다. 소문만 무성하던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철강 산업을 ‘재구성’하겠다며 원료 강재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재구성이라는 말이 무척 부드럽지만, 해석해 보면 결국 자국 철강업계를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의 철강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미친 충격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진다. 값싼 중국산 철강이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 미국, 인도, 유럽 등이 연이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1억 1천만 톤에 달하며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값싼 철강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베트남과 한국은 올해 초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 감산은 탄소 배출 문제 등을 이유로 종종 발표되긴 했지만, 실제 생산량은 10억 톤을 웃돌았다. 감산을 계획한다고 했지만 실제 감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감산은 오래된 소형 설비 도태의 형태로 이뤄졌지만 최근 감산 계획은 철저히 수급 조절의 성격이 짙다. 

감산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기관과 업체들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 조치를 공급 개혁으로 인식하며 궁극적으로 철강 산업 전반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이 나아지면 글로벌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모든 것이 계획된 공포 마케팅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철강 감산을 발표한 뒤 시장 반응을 살피고, 가격이 오르면 천천히 조정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결국 중국이 이번 감산 조치를 얼마나 철저하게 이행하느냐가 핵심이다. 예전처럼 감산 발표만 하고 실제로는 슬그머니 다시 증산하는 패턴을 반복할지, 아니면 진짜로 글로벌 철강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것인지 그것이 의문다. 실제로 양회에서의 감산 발표에 대해 중국강철공업협회는 이를 부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이 이번 감산을 통해 철강업계의 ‘룰’을 다시 쓰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룰이 과연 시장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낳을 것인지에 대해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가장 가깝고 최대 수출시장인 국내 철강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매드맨 소리를 듣고 있긴 하지만 “철강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말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나라의 경제를 든든히 받치는 철강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철강 업계 내부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각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기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통상 리스크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 통상 현안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불공정 철강 수입 차단과 미래 시장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국내 철강 시장을 지키면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실행계획이 마련되어 빠르게 실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