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의결권 자문사들, 김광일 MBK부회장 이사 선임에 줄줄이 반대"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 부적절 평가…홈플러스 책임에 과다겸직도 문제" 강성두 영풍 사장도 부적격 판정..."석포 제련소 조업 정지 등 부실 경영 결과"

2025-03-26     이원진 기자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화두에 오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이사진 후보에 이름을 올리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고려아연은 "김광일 부회장이 대표이사로서 홈플러스를 기업회생 상태에 놓이게 한 책임이 있다"며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한 결과"라고 전했다. 또 이미 10여 곳의 기업에서 대표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어 제대로 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영풍의 강성두 사장 역시 반대표를 받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강 사장의 경우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모두에게서 반대 권고를 받으며, 고려아연 이사 후보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오는 28일 개최하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앞서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체로 고려아연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일부 MBK·영풍 측 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만 이사회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찬성을 권고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 안건인 ▲이사 수 상한 설정 ▲분리 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상향 ▲분기배당 등에 대체로 찬성을 권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대부분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일부 MBK·영풍 측 이사 후보들에 찬성을 권고하면서도 김광일 부회장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진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광일 부회장의 과도한 겸직 문제가 불거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실제로 그가 맡은 역할은 대표이사 1곳, 공동대표이사 2곳, 사내이사 1곳, 기타비상무이사 13곳, 감사위원 1곳 등 총 18개에 달한다. 이런 점이 알려지면서 김 부회장이 여전히 고려아연 이사 후보로 올라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확산했다. 

그 결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유럽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PIRC(Pensions & Investment Research Consultants) 역시 김 부회장을 ‘반대’했다. 북미 기관 투자자들의 참고할 수 있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캘퍼스(CalPERS·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와 캘리포니아 교직원 연금 캘스터스(CALSTRS·California State Teachers' Retirement System)도 같은 의견이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일제히 김 부회장을 이사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22일 발표한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과다 겸직으로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김 부회장을 반대했다. ESG기준원과 ESG연구소, ESG평가원, 아주기업경영연구소도 김 부회장의 고려아연 이사진 진입을 반대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 역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로부터 반대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려아연은 서스틴베스트가 강 사장에 대해 “환경 및 산업안전 관련 리스크 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적격성 요건이 결여됐다”고 언급한 점을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폐수 유출로 지난 달부터 조업 정지를 시행하는 등 부실한 경영 성과를 거둔 결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