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강관업계, '美 철강 쿼터 폐지'에 무분별한 수출 확대 신중해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 “25% 관세 부과로 美 철강산업 해외 의존도 줄이는 게 핵심” 단기 수출 증가보다 강관 시장 생존과 지속성 확보 우선시해야
강관 제조업계가 미국 철강 쿼터제 폐지에 따른 무분별한 수출 물량 확대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철강 쿼터제 시행시 수출했던 물량(2024년 기준 강관 109만톤)을 초과할 경우 미국 상무부로부터 추가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모든 철강재에 대한 25% 관세 적용과 이에 따른 기존 면세 쿼터제를 폐지했다. 이는 전 세계를 상대로 25%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은 주요 수출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더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출 물량 상한이 없어지면서 일부 강관사들은 미국 수출 물량을 확대하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과거 트럼프 정부 1기 때부터 한국에 부과된 연 263만톤의 철강 쿼터제는 세부 품목별로 수출량이 정해졌다. 미국 내 수요가 커서 더 많은 수출이 가능했던 품목이 있었더라도, 품목별 할당량을 넘겨 수출하긴 어려웠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철강재 약 276만톤 가운데 강관 109만톤, 판재(열연강판·중후판·냉연강판 등)류가 131만6,900톤, 봉형강류가 19만3,500톤가량이었다.
이번 트럼프 정부의 모든 철강재 25% 관세 부과에 관세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외국 덤핑을 종식시키는 동시에 미국 생산을 촉진하고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을 미국 경제 및 국가 안보의 중심으로 보호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단순히 무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과 같은 중요한 산업에 있어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나바로 고문은 '초강경 보호무역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1기에 나바로 고문은(당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특정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PMS)’을 적용해, 덤핑 마진을 36%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긴급 브리핑을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강관업계는 미국 수출의 형식이 자유무역인 셈이지만 보이지 않는 통상 장벽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라인관 품목에서 한국산끼리 수주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LSAW 제품의 경우 미국 시장 제품 형성 가격 이하로 오퍼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산 제품 전체에 대한 가격 신뢰도 하락과 미국 보편 관세 및 상호 관세에 대한 가격 반영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강관업계는 미국 철강 쿼터제 폐지로 단기 수출 물량 증가보다 시장 생존과 지속성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의 통상 관계의 안정성 확보와 정부와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트럼프 정부 1기 특별시장상황(PMS)를 비롯해 불리한 가용 정보(AFA: Adverse Fact Available) 조항을 근거로 삼아 한국산 강관에 고관세를 매긴 바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무분별한 미국 수출 확대보다 책임 있는 수출국의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