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수출 근절 조치를 환영하며
중국 정부가 그동안 암암리에 진행됐던 철강 저가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 재정부, 상무부, 세관총서,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 5개 부처는 지난 3월 25일 공동으로 ‘국내 세금이 부과되는 물품의 수출 최적화 서비스 및 관리 규범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수출 절차의 간소화를 위해 전자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핵심 목적은 저가 철강 제품을 이용해 실제 거래 없이도 증치세 환급을 받는 매입세액 탈세 수출을 근절하는 것에 있다. 저가 철강 제품을 활용한 비정상적인 수출 구조를 근절하고, 부당한 증치세 환급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인데, 중국 생산량의 약 10%정도가 수출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정 무역 관행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도입함으로써 저가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과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려는 정부의 의도로 해석되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출시장인 한국 철강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철강업체들은 저가의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이어가고 있다. 더이상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저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참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그동안 공공연히 묵인했던 마이단(買單) 수출 등 불법적인 수출을 근절하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 것은 한국의 조치에 대한 방어적 메시지를 담은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정부의 세무 절차 정비는 자국 철강 수출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강조하려는 시도로 비친다.
중국의 의도가 어찌 됐든 비정상적인 철강 불공정 무역이 바로 잡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을 충분히 환영할 만 하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수입재 흐름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열연강판 시장에서 반덤핑 조사와 함께 중국의 통관 지연, 세무 인증 절차 강화, 허위 수출 차단 등으로 중국산 열연강판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 유연성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조치 발표 이후 중국산 열연강판 수출 오퍼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02%에 이르는 고율의 장점관세를 부과한다고 행정예고했다. 덤핑 피해를 우려해 긴급 대응에 나선 이번 조치는 한국 철강시장이 중국발 저가 공세에 직면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후판 외에도 열연강판,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선재 등 상당수 철강 제품시장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오랜 기간 시달렸고 이로 인해 자체 경쟁력을 상실해 왔다.
여기에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은 이미 수년간 세계 무역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중국은 자국 내 수요 부진을 수출 확대 전략으로 상쇄하려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낮은 국가일수록 피해를 입기 쉬운 구조였다. 중국 철강업계에 있어 한국 시장은 관세 장벽이 없었고, 지리적으로도 가장 접근하기 쉬운 시장이었다.
이제 기울어진 저울이 평행을 이룰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취해진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현재 중국산 철강의 기술력이 단순 저가 전략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시장까지 확장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지난 2022년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평가에서 한국 철강산업은 일본, 미국, 독일에 비해서는 비교적 큰 폭으로 경쟁력 열위에 있지만 중국에는 아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여러 조사 중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R&D 지출이 중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었다. ‘중국산=저가’라는 등식이 깨지게 되면 앞으로는 품질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산업계에 묻고자 한다.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를 자신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