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잇단 카브아웃, 국내 엑소더스는 아니길

2025-06-23     김정환 기자

최근 대기업들이 비핵심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유동성 확보를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내 철강업계에선 현대제철이 각종 사업부 매각에 분주하다. 회사는 최근 굴삭기 주요 부품인 무한궤도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포항 중기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1986년부터 국내외 주요 굴삭기 제조사에 무한궤도를 공급해왔으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에도 중국산 저가 제품 등으로 구조적 한계를 맞이했다.

단조 자회사인 현대IFC 매각도 진행 중이다. 중기사업부와 달리 장기 불황을 겪던 조선업이 반등하자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현금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강관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도 매각 후보에 오르며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제철이 전방위적으로 비핵심 사업부 매각에 나서는 데는 역시나 미국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2029년까지 미국 남동부 루이지애나주에 8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자동차 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현대제철이 국내 몸집 줄이기에 점점 속도를 내면서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항 2공장이 무기한 휴업에 돌입하는 등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포항 특수강사업부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는 내부 관측이다.

기우(杞憂)일 공산이 커 보이지만 당장의 국내 가동 축소와 그에 따른 지역 경제 위축 등 도미노 효과는 불가피해졌다. 현대제철이 각 지역 거점 경제의 중추이자 고용 기반인 만큼 강력한 인센티브 없이는 산업 공동화 현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번 무너진 산업 생태계는 회복이 어렵다. 철강산업은 장기적으로 사양산업이란 평가지만 여전히 필수산업이다. 경기순환을 너머 구조적 위기 국면까지 접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새 정부의 관심과 실질적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