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12MW급 초대형 풍력 블레이드 설계

AI 기반 통합 플랫폼으로 설계 자동화

2025-06-19     박재철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유철 풍력연구단 단장 연구진이 국내 독자 기술로 초대형 풍력 블레이드 설계 플랫폼과 제작, 시험까지 가능한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고, 12MW급 블레이드를 설계해 국내 최초로 국제 인증기관의 설계 인증을 획득했다고 19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24년보다 4배 올라가고 이 중 풍력발전이 30%를 담당할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기존 풍력발전기보다 높은 출력을 지닌 대형 풍력발전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0MW급 이상의 대형 풍력발전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5MW급 중소형 풍력발전기보다 설치 면적 대비 경제성과 유지보수의 효율이 높아 향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높일 핵심 설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풍력발전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34%에 불과하다. 특히 10MW 이상급 풍력발전기의 핵심인 블레이드는 자체 설계, 제작 능력을 갖춘 국내기업이 거의 없어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연 연구진은 초대형 블레이드 설계를 위한 국산 플랫폼 ‘KIER-블레이드포지(KIER-BladeFORGE)’를 개발했다.
 

블레이드 설계의 핵심은 공력 설계와 구조 설계다. 기존에는 바람이 블레이드 표면을 지날 때 발생하는 힘을 제어하기 위해 공력 설계를 먼저 수행하고 이후 안정성 향상을 위한 구조 설계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공력 설계 내용이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구조 설계를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어 효율적이지 못했다.

연구진은 최신 인공지능(AI) 기법과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블레이드의 단면 형상, 비틀림 각도 등 미세한 설계 변수까지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공력-구조 통합 설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존 설계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블레이드 설계 전 과정을 자동화한 소프트웨어도 적용됐다. 이를 통해 기존 3~4주 이상 소요되는 고반복 수작업 방식 대비 설계 최적화 시간을 50% 이상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설계된 블레이드의 실효성과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풍력 블레이드 전주기 시험 통합 인프라를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구축된 시설은 자동화 기반 블레이드 해석 및 설계실, 최적의 블레이드 형상 구현을 위한 풍동 실험실, 블레이드 제작실과 블레이드 구조 실험실을 포함하고 있어 블레이드 축소 모델을 대상으로 설계-제작-시험에 이르는 전 과정을 테스트할 수 있다.

연구진은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길이 107m, 12MW급 초대형 풍력 블레이드를 설계했다. 연구진이 설계한 블레이드는 국내 기술로 설계된 초대형 풍력 블레이드 중 최초로 국제 인증기관인 덴마크 DNV로부터 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에너지연 제주글로벌연구센터 내 구축된 인프라는 현재 외부 기관과의 협력 연구에 활용되고 있으며 추후 관리 규약 등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면 관련 기업, 기관 모델의 테스트를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