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도네시아산 맞나요?”…中 철강 슬라브 후판, 제3국 경유 의심 정황

제3국산 둔갑 의혹…中 슬라브 사용 추정된 인니 후판, 한국향 오퍼 정황

2025-07-03     이형원 기자

중국산 슬라브로 생산된 인도네시아 후판이 ‘관세 회피 통로’로 한국에 수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제3국을 경유한 우회수출 정황이 짙다”며 원산지 검증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인도네시아산이지만 실질적인 생산 기반은 중국”이라며 무역구제 조치 회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복수의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의 한 후판 전문업체가 톤당 595달러 수준의 일반재 후판 오퍼를 국내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덤핑 예비판정 및 잠정관세 적용 이전 중국산 수입재와 유사한 가격대로 수입원가는 톤당 80만 원 초반선으로 추정된다. 


◇ ‘리롤러 구조’…슬라브는 외부 조달, 자체 제강 능력 없어


해당 업체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본사를 둔 열연 후판 생산 기업으로, 단일 압연 설비(4-High 밀)를 통해 구조용·조선용 등 다양한 후판을 제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제강 설비는 없으며, 제품의 핵심 원재료인 슬라브는 전량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완전한 일관제철 체계가 아닌 슬라브 매입해 압연 재가공(Rerolling) 형태로 운영되며, 후판의 성분과 품질은 슬라브의 출처에 따라 결정된다. 
 

/AI로

특히 중국산 슬라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2024년 수출입 통계와 현지 산업 보고서 등을 통해 업계 내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인도네시아 해당 업체로 'CONTINUOUS CASTING STEEL SLABS'를 수출한 기록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언론과 산업계 보고서들도 “인도네시아 철강업계는 전체 철강 소비량의 55% 이상을 중국산 수입재가 차지하고 있으며, 현지 리롤러 업체들 역시 중국 원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 슬라브는 중국산, 완제품은 인니산…우회수출 판단 가능성은?


 
다만 이처럼 중국산 슬라브를 사용한 인도네시아산 후판이 국내에 수입될 경우 반덤핑 관세 적용을 피하기 위한 우회수출로 판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2월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으며, 이후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24일부터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02%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 대상은 두께 4.75mm 이상, 폭 600mm 이상의 일반 열연 후판이며, 해당 품목은 HS코드 7208·7225 등이 적용된다.

철강업계는 “이번 인도네시아 오퍼는 겉으론 관세 회피 대상이 아니지만, 실제로는 중국산 슬라브를 거쳐 만들어진 후판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중국산 후판의 제3국 경유’라고 지적한다.

업계 소식통은 “이런 식의 공급 루트는 표면적 생산지 기준만 보는 통관 체계에 구멍을 뚫는 셈”이라며 “원재료 기준의 원산지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반덤핑 효과는 크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우회수출 적발 시 처벌 강화…형사처벌 가능성도


무역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제3국 경유 우회수출이 적발될 경우 관련 물량에 대해 기존보다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반덤핑 또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관세의 소급 부과가 있다. 예컨대, 중국산 후판에 이미 반덤핑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 이를 제3국에서 경미한 가공만 거쳐 수입했다면, 원산지 조사 후 동일한 고율 관세가 추징된다.

아울러 원산지 증명서 위조, 품목 허위 신고 등이 확인된다면 해당 수입은 통관 단계에서 전면 차단되거나 수입 제한 등의 행정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통관심사 강화, 품질검사서 재제출 요구 등도 일반적이다.

또한 관세법 및 대외무역법 위반이 확인되면 과징금 부과는 물론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허위 원산지 증명서 제출 시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수입업체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는 최근 관련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우회덤핑 방지제도’를 통해 조사와 판정 절차를 신속화했다. 특히 관세청은 내부고발자 최대 4,500만 원, 신고자 최대 3,000만 원의 포상제도를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편법 수입이 반복되면 단순한 유통 문제가 아니라 형사 사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수입업체들은 제품 스펙뿐 아니라 원재료 출처까지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