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산업 화두, 기-승-전-에너지”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연구소장의 WSD 글로벌포럼 방문기 “철강의 미래, 그린 에너지에 달렸다” … “철강 탈탄소, 기술보다 에너지·정책·시장 여건 좌우”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는 지난 6월 17~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국철강기술협회(AIST)와 함께 글로벌 스틸 다이내믹스 포럼(Global Steel Dynamics Forum)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 임원들이 참가하여 글로벌 산업계 동향, 중요한 통찰력, 필수적인 전략적 전망에 초점을 맞추어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WSD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World-Class Steelmaker Rankings)를 발표하는데, 포스코는 올해까지 15년 연속 1위에 선정되어 이번 포럼에서 전세계 철강사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ESG 경영과 탄소중립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高哲)연구소장은 올해 개인 자격으로 포럼에 참가했는데, 김 대표를 통해 글로벌 철강산업 트렌드와 이슈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이번에 WSD에 다녀온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
A. COVID19 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참석을 했다. 여기서는 특별한 기술정보 같은 것 보다 각 나라의 철강산업 정책 동향, 가치사슬상 이해관계자 동향과 흐름을 파악하기에 좋았다. 현대제철 퇴직(2020년말)후 산업 전반적으로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었고 수소환원제철 같은 신기술에 대한 논의가 많아 관련 동향 파악을 하고 싶었다.
Q. 출장 목적은 달성되었는가? 이번이 트럼프 2기 인데 1기 때와 다른 점은 있었는가?
A. 우선 형식적인 특징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1기인 2017년 때는 민간 행사인데도 회의장 입구와 연단에 성조기가 걸려있었다. 그 유명한 “철강이 없으면 나라가 아니다. IF YOU DON’T HAVE STEEL, YOU DON’T HAVE A COUNTRY”가 2018년에 한 말이다. 당시에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중국의 덤핑에 대한 각국의 성토로 행사장 열기가 뜨웠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중국은 주요 철강회사에서도 상당히 많은 인원이 참석을 했는데 이번에는 상해의 철강정보회사(STEEL HOME)에서 3명만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포스코에서 10여명, 세아제강 1명 외에는 참석이 없었고, 일본도 일본철강연맹 1명, 마루베니이토추상사 3명 정도 참석했다.
Q. 포럼 분위기나 발표 내용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특별히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주제가 있었나?
A. 포럼의 전체적인 내용이 COVID19 전에는 국가별 공급과잉이나 무역 트러블 같은 것이 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승-전-에너지’였다. 전체적으로 저탄소 철강을 위한 ‘DRI+전기로’ 동향과 이를 지원하는 경쟁력 있는 에너지 논의가 많았다. 수소환원제철은 기대했던 것 보다 논의가 거의 없었다. 몇 가지 주제별로 정리를 해서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 철강 탈탄소의 현실 및 한계
현 철강산업은 “Demolition Derby(멸망전)”에 비유될 만큼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많은 국가에서 전기로(EAF)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시아 특히 인도는 여전히 고로(BF) 설비를 대거 신규 설치하고 있어 세계적인 탄소 감축 흐름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높은 에너지 의존성을 갖기 때문에 탈탄소는 공정 개선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에너지 가격 경쟁력 및 정책적 지원 없이는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은 철강 산업의 전력 소비가 2050년까지 174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빅테크 산업(예: 데이터센터)과 에너지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할 수도 있음을 드러낸다.
△ 수소환원제철의 기술 동향과 한계
프리메탈스(Primetals)와 미드렉스(Midrex) 발표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탄소 감축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뉜다:
• 기존 고로의 단계적 폐쇄와 DRI+EAF 방식으로의 전환
• 완전한 수소 DRI 기술로의 도약
독일의 Salzgitter, Dillinger, 티센크루프 등이 DRI+EAF 조합으로 설비 전환을 추진 중이며, HBI(Hot Briquetted Iron)를 개선해 슬래그 손실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수소 기반 DRI 기술의 즉각적 상용화는 제한적이다. SSAB, Midrex 등도 “수소 전환 낙관론은 잠잠해졌다”고 밝히며, 대부분 기업이 ‘단계적 탈탄소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1,200만 톤 규모의 수소 DRI 설비가 구축될 계획이나, 실제 상업적 가동은 지역 전기요금,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 수소 가격 등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 글로벌 수급 불균형과 탄소규제
중국은 과잉공급과 저가 덤핑을 통해 본국의 실업률을 낮추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서방국가 철강산업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고율의 관세, 무역장벽(CBAM, 세이프가드) 등을 시행 및 논의 중이다.
특히 EU는 ETS와 CBAM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탄소 유상할당을 확대하며, 수입재에는 평균 탄소배출량 기준의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SSAB, Gruppo Arvedi 등 유럽 철강사는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기업의 이윤 없이는 탈탄소 투자는 불가능하다,”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탈탄소를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에너지와 원자재 전략
수소 기반 철강 기술의 확산은 에너지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은 저렴한 에너지와 풍부한 고철을 바탕으로 EAF 확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원자력 기반 전기 사용을 통해 비용을 안정화시키려 한다. Vale, NUCOR 등은 천연가스 기반의 블루 수소와 CCUS 병행 전략에도 관심을 보이며 “에너지 전환의 경쟁력이 곧 철강 경쟁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Danieli와 같은 설비 사업자는 고철 품질(특히 구리 함량) 관리, 디지털 용융 시스템(Q-MELT 등), 스크랩 믹스 최적화 등도 기술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 시장 및 정책 환경의 변화
미국과 유럽의 탈탄소 정책은 점차 ‘실용주의(pragmatism)’로 전환 중이다. 수소보다는 천연가스를 중간 대안으로 고려하며, 탈탄소 정책의 속도조절도 논의되고 있다. NUCOR, Steel Dynamics 등은 “외부 압력이 아니라 자발적 가치 실현”을 기반으로 탈탄소를 지속하고 있으며, 전기요금, 인센티브, 공공조달에서의 그린 철강 사용 의무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포스코는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를 양축 전략으로 설정, 인텔리전트 팩토리(IF)로 품질·에너지 효율 개선을 선도하며, 향후 철강 50%, 소재 50% 구조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 전망과 과제
철강 탈탄소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전환 비용과 정책·시장 요인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특히 DRI-grade 철광석, 수소, 전력 인프라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준비가 필수적이다. 각국은 자국 자원 기반의 내재화 전략과 무역장벽을 병행하며, 지역 블록 내 공급망 강화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결국, 철강 탈탄소의 미래는 기술보다는 “에너지와 정치”가 결정할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경제성·인프라 확보에 따라 상용화 속도는 국가별로 달라질 전망이다. 유럽은 규제 중심의 탄소 감축을, 미국은 실용주의 및 산업 보호를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CBAM과 무역장벽은 글로벌 철강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철강 탈탄소의 성공은 기술보다 에너지·정책·시장 여건에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내용 외에 개인적으로 섬뜩한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수소환원제철 설비 회사(MIDREX/PRIMETALS)에서 언급한 것인데, ‘에너지 문제로’ 지금까지 철광석을 수입하는 나라들은 앞으로 iron을 수입하게 되어 iron과 강(steel)을 생산하는 나라로 구분이 될 것이라고 한 점이고, 또 하나는 엑센츄어에서 발표한 자료 중에 철강 바이어의 74%가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고, 자동차산업의 경우 41%가 5% 이상, 43%가 5% 미만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한 점이다.
Q. 포럼 당일 포스코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행사가 있었고, 일본제철의US스틸 인수 발표도 있었다.
A. WSD에서 평가하는 세계 철강사 경쟁력 발표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는데 포스코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 연속 최고 경쟁력있는 회사로 평가되었다. 이를 기념해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행사가 있었고, 장인화 회장은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비젼인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AI와 로)봇을 통한 인텔리전스 팩토리, IF)과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소개 했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 연사는 US스틸 회장(David Burritt)이었다. 그는 일본제철에 인수되었다기 보다 ‘파트너십’이란 표현을 했다. 그는 “철강업은 미국에 남을 것이다. 14조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파트너십 이후의 US스틸은 더 빠르게, 더 깨끗하게, 더 강하게 철강을 만들 것이다. 역량과 캐파를 함께 늘릴 것이며 이 파트너십 하에서 철강은 언제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일 것이다.”고 했다.
Q. 전직 현대제철 출신으로서 두 장면에서 느낀 점은?
A. 포스코의 명예의 전당 헌액은 한국인으로써 기뻣고, 경쟁사 입장에서 더 기뻣다. 나도 현역시절 WSD 평가에 대해 분석하고 참여를 해봤다. 23개 평가 항목이 다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다.
포스코가 처음 1등을 한 2010년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첫 쇳물이 나온 해다. 포스코는 현대가 일관제철 진출 선언을 한 2004년부터 독자적인 생존 전력을 세웠고 주력은 세계적인 자동차 강판 회사였다. 그 이후 현대와의 경쟁 결과 15년 연속 1등이었다.
만약 현대가 없었더라면 포스코의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국내 시장도 그 자리는 중국과 일본 제품이 차지했을 것이고, 포스코의 글로벌 역량도 지금보다 열악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세계 3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는데 인하우스(In House) 제철소가 크게 기여를 했다. 원가경쟁력 기여는 당연하고, 신차 개발에 필요한 강재 조달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시켰다. 경쟁을 통한 윈윈의 대표적인 사례였고 그 한 쪽 귀퉁이에 내가 있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현장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점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발표였다. (철강금속신문 칼럼에서 소개 했듯이) 우선 일본제철 하시모토 회장의 일본제철 혁신 성공이 두려웠다. 4조3천억원의 적자를 2년 만에 6조2천억원의 공고한 수익구조로 변화시켰다. 무서운 점은 우리 모두가 다 알면서 못하는 것을 그는 해냈다는 점이다. 과잉설비를 구조조정(고로 15기 중 5기 폐쇄, 32개 하부 라인을 정리)해서 고정비를 1조원이상 절감하고,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시켰다.
이 힘을 바탕으로 미국의 자존심 US스틸을 인수했다. 진출 배경은 일본 내수시장의 추세적 감소와 미국이 가진 경제적 강점 즉, 성장하는 경제, 친환경 에너지 경쟁력과 일본제철의 기술력을 세계 표준화시킬수 있는 장(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금주라는 뒷배가 있어서인지 US스틸 회장의 자신감도 보였다. 그동안 돈이 없어 못했던 신예화 투자도 가능해졌고, 신전기로 투자도 해서 미국 내수시장 장악을 자신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자동차 강판을 두고 일본제철/US스틸 vs 현대차그룹/포스코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일본/미국 정부에 비해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