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학 등, ‘2042년 탄소중립’ 서울 6개월치 무탄소전력 필요
한국경제인협회, ‘PPA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 “원전 PPA 허용하고 원전 이용률 10%p 높여야”
철강 산업의 무탄소전력 초과 수요를 해소하려면 원자력 발전을 무탄소전력원으로 인정하고 전력구매계약(PPA)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공개한 ‘PPA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석유화학·반도체·데이터센터 등 4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2042년 무탄소전력 약 21.4테라와트시(TWh)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전력 소비량(45.8TWh)의 약 46.7%에 해당하는 양이다. 2042년은 재생에너지원에서 필요 전력 100%를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제시한 목표 달성 연도의 평균이다.
철강 등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올해 53.4%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무탄소전력 공급량이 전력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100%를 넘어야 기업들의 무탄소전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이 같은 낮은 충당률은 무탄소전력이 국내에선 재생에너지로 한정된 탓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38년까지 연평균 8.7% 증가하지만 그 해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81.6%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탄소전력에 대한 수요가 전(全)산업으로 확장되면 충당률은 더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무탄소전력 초과수요 해소를 위해 PPA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서는 제시했다. PPA는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계약을 맺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PPA 활성화를 위해선 우선 PPA 이행비용을 줄여줘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구매 시 지불하는 전력 거래대금 중 망 이용료, 전력 기반 기금 등 부대비용을 한시적으로 면제 또는 경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경산성은 2020년부터 기업의 PPA 비용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PPA에 참여하는 발전설비 투자비에 대해서도 1/3을 정부가 지원한다. 대만은 2023년부터 PPA 망 이용료의 80%를 경감해주고 있다. 망 이용료 할인율을 매년 20%포인트(p)씩 낮춰, 2027년에 망 이용료 할인이 일몰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력 배출계수를 연 단위로 공고하는 것도 PPA 활성화 방안으로 보고서는 제시했다. 전력 배출계수는 전력을 한 단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무탄소전력에 대한 공급이 증가할수록 낮아진다.
기업은 국가 고유 전력 배출계수에 전력 소비량을 곱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이를 배출권거래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후 규제 대응에 활용한다.
보고서는 “국내는 전력 배출계수 공고가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대 계상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PPA를 활성화하기 위한 또 다른 정책 과제로 PPA 범위 확대, 특히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국내는 PPA가 가능한 무탄소전력원이 재생에너지로 한정됐다”며 “미국, 프랑스 등처럼 원전에도 PPA를 허용하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전력원을 선택할 수 있어 무탄소전력 초과수요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원전의 이용률도 10%p 높이면, 철강 등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초과수요를 2042년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 제도 하, 2042년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93%지만, PPA 원전 포함 및 원전 이용률 상향 시 101.8%로 늘어난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주력산업은 경영 위기와 함께 무탄소전력 사용 요구에 직면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무탄소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