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봉투법 통과와 공교롭게 이어진 파업

2025-09-08     에스앤엠미디어

얼마전 국회에서 개정 노동조합법 2·3조(속칭 노랑봉투법)가 오랜 진통 끝에 통과됐다. 노랑봉투법은 노동 3권 보장 확대와 하청 노동자 권리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기업 경영권 침해와 불법 파업 조장 등 다양한 논란이 있어 법안 통과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노랑봉투법은 정식 명칭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노동자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9년 있었던 쌍용자동차 파업에 대해 법원이 2014년 노조에 47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부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후원금을 담아 전달한 캠페인에서 유래되어 노랑봉투법으로 불리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 개인에 배상 청구 제한과 원청업체도 사용자로 간주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범위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023년부터 추진됐으나 최근에서야 국회에서 통과됐다. 법안을 찬성하는 노동계는 노동권 보호와 과도한 손배소 남용 방지를, 반대는 경제계는 기업 활동 위축과 불법 파업 조장 우려를 주장하며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지난 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6개월간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지금도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처럼 공교롭게도 법 시행 이전임에도 최근 노동계의 쟁의행위가 더욱 거세졌다.

현대차, 한국GM,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부분파업을 실행했고 금융노조는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포스코노조는 임금 7.7% 인상을 요구하며 5일 이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검토 중이며, 현대제철 비정규직노조는 지난달 27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현대제철 경영진은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건설노조는 협력사에 노조원을 추가 채용하라며 SK 본사 앞 시위를 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이어진 파업에 대해 예년과 비슷한 추투(秋鬪) 상황이라 노랑봉투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노랑봉투법 입법과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기에는 분명 석연치 않다. 법 시행 이전에도 이러한데 본격 시행되면 향후 노사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닐 수 있다. 특히 철강산업의 경우, 미국 50% 관세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원자재 가격 변동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보니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맞물릴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자동차·조선 등 전방 산업으로 충격이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

더욱이 자동차와 조선, 철강, 비철금속 제조업은 수백 개 협력업체가 얽힌 공정 특성을 지니고 있어 노랑봉투법 시행 시 현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가령 사용자 범위 확대로 인해 하청업체의 하청업체 노조가 임금협상을 하면서 사측과 협의가 안되면 원청업체에 협상을 요구할 판이다. 노동쟁의 범위도 거의 무한대로 넓어져 쟁의행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 배상도 사실상 청구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최선 해결책은 노사의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에 있다. 무조건 내 입장만을 관철하려는 자세는 불신과 반목을 낳는다. 노와 사는 결코 적이 아니고, 함께 걸으며 나아가야할 동반자 관계다. 동국제강, 동국씨엠, 풍산, 고려아연 등의 노사는 오랜 기간 쟁의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들이 보여준 노사 상생의 힘은 한층 불확실한 현재 경영환경에서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