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인공지능(AI) 시대, 銅산업 육성이 선결과제

AI 데이터센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전력 인프라 구축 최적 소재 ‘구리’ 주목 전력 1㎿ 당 구리 27톤 사용…전력케이블, 부스바, 히트싱크, 회로기판, 커넥터 등 수요 급증 고열·고전력 환경 대응 위한 구리 신소재 기술 개발 가속 AI 인프라 안정적 구축 위해 구리·가공산업 육성 필요

2025-10-02     방정환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실생활은 물론 산업 분야에도 생산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이제 더이상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고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현 정부도 기술주권을 위한 생존전략으로 인공지능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AI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 연산 능력, 그리고 안정성을 일반적인 컴퓨터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AI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최적의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향후 몇 년간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규모 연산 및 데이터 처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ChatGPT를 시작으로 2025년 DeepSeek까지 ‘생성형 AI’가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AI시대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웹 서비스(AWS) 등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AI 인프라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SK텔레콤, 네이버 등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AWS와 손잡고 울산에 총 7조 원 규모(103㎿)의 초대형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도 파주에 AI 특화형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CNET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1㎿당 약 27톤의 구리 제품이 사용되는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를 적용하면 SK그룹의 울산 데이터센터에 2,781톤의 구리 제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의 가장 큰 난관은 전력 수급 문제와 지역 주민의 인허가 문제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확보가 건설의 핵심 변수다. 결론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구체적인 개수는 기업 비밀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수요 증가와 투자 규모로 미루어 볼 때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대규모 시설이 추가적으로 건설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가 AI 전용 시설로 전환되는 형태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AI산업 전략에 구리 ‘핵심소재’ 부상…첨단 산업 수요 대응 시급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을 추진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략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123대 국정과제 중 7개 과제를 주관하며, AI 팩토리와 휴머노이드 등 산업 AI 기술을 제조업 전반에 확산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오는 2030년까지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스마트 제조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분야는 AI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초격차 기술 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수출 1,7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5위권 진입을 추진하며, 이차전지 분야는 세계 시장 점유율 2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는 핵심광물 국내 생산과 대체 기술 개발, 뿌리산업 혁신을 통해 자립 기반을 강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AI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전략산업 고도화를 추진해 제조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스마트 제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며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 기반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과 산업 전략은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에서 구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와 밀접하게 맞물린다. AI와 고전력 인프라 확산, 친환경·자율주행차 보급, 에너지 저장 시스템 확대 등은 모두 구리 소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야로 정부의 산업 혁신 전략이 구리 수요 확대와 맞물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정부의 산업 혁신 전략이 구리 수요 확대와 맞물리면서, AI·전기차·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구리 소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 장비의 확산으로 구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산업은 고성능 반도체, 고전압·대전력 전력 전송, 고대역폭 데이터 통신 등에서 구리 소재의 높은 전기 전도성과 열 전도성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러한 수요 증가의 배경에는 △부품 간 전기와 정보 전달량 확대 △부품 소형화와 고성능화에 따른 구리 소재의 고강도·고전도화 △발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열 특성 구리 소재 필요 등이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서버, 스위치, 냉각 시스템 등 장비의 전력 부스바와 냉각 솔루션에 구리는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일본 Furukawa Electric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용 광케이블과 광부품, 방열 및 냉각 부품 매출을 2024년 대비 3배로 확대할 계획이며, 데이터센터 서버용 방열 및 냉각 부품의 재료도 수냉식으로 변화하면서 2025년 9월부터 필리핀 공장에서 히트싱크, 히트파이프 등 관련 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AI 데이터센터에서의 전력 수요 증가는 전기차, 태양광, 풍력 등 기존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트렌드와 함께 글로벌 구리 수요 촉발, ‘AI시대 석유’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NZE) 시나리오 달성을 위한 글로벌 구리 수요가 2040년까지 2023년 대비 74% 이상 증가(연 2,585만톤 → 연 4,500만톤, 74%↑)할 것으로 전망했고, BHP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연간 구리량은 현재 약 50만톤 수준에서 2050년까지 약 300만톤으로 약 6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약 1.5%인 415TWh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2030년까지 전력 소비량이 2배 증가한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은 2024년 이후 2030년까지 매년 약 15%씩 증가하면서 전체 전력 소비 증가 속도보다 4배 이상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주로 AI 데이터센터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글로벌 구리 수요량에 대한 기관별 전망치는 다양하지만 2030년까지 최대 260만 톤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AI 데이터센터에 구리 소재·부품이 중요한 이유

IEA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규모가 2023년 1만900개에서 2026년 1만9,500개로 3년 만에 2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52억~177억 달러(약 20조~25조 원) 규모로 평가되며, 2032년까지 연평균 26.8%에서 최대 28.3%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약 960억 달러(약 13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기존 범용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러한 성장은 주로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센터의 확산과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의 성장이 견인하고 있다.

일반 데이터센터와 AI 데이터센터는 기능과 목적에 따라 하드웨어, 전력, 냉각 시스템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반 데이터센터가 웹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운영, 데이터 저장 등 범용적인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AI 데이터센터는 AI 모델 학습 및 추론과 같이 고도로 복잡한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다. AI 모델, 특히 딥러닝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테라바이트(TB) 또는 페타바이트(PB)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또한, 수십억,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CPU로는 불가능한 병렬 연산능력이 요구된다.

하드웨어의 경우, 일반 데이터센터는 주로 CPU(중앙처리장치) 기반의 범용 서버를 사용한다. 다양한 워크로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되었지만,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병렬 연산능력은 부족하다. 그래서 AI 데이터센터는 GPU와 같은 AI 전용 반도체가 핵심이다. GPU는 병렬 연산에 특화되어 있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며 딥러닝 모델을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천, 수만 개의 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 데이터센터는 랙(Rack)당 전력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로 공랭식 냉각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에 반해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GPU 서버의 전력 소모량이 CPU 서버보다 훨씬 높아 랙당 전력 밀도가 일반 데이터센터의 수십 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막대한 열이 발생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식히기 위한 냉각기술이 필수적이다. 데이터가 초고속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초고속·초저지연 네트워크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차이 때문에 AI 데이터센터는 구리 산업과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은 구리 수요를 급증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

△ 전력 인프라의 핵심 자재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에 비해 훨씬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AI 모델 학습을 위해 사용되는 고성능 GPU 서버 랙은 일반 서버 랙보다 전력 소비량이 수십 배에 달한다. 구리는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배분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케이블, 전선, 변압기 등은 구리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더 굵고 많은 구리 전선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접지 시스템에도 구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 고속 통신 네트워크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간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아야 하기에 이 과정에서 고속 통신 케이블이 필수적이며, 구리는 여전히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지로 남아있다. 모든 통신이 광섬유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버 랙 내부 또는 랙 간의 단거리 통신에는 여전히 구리 케이블이 많이 사용되며,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처리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엔비디아(NVIDIA)의 GPU 랙(NVL72 GB200)과 같은 최신 AI 서버 시스템에는 수천 개의 구리 케이블이 사용된다. 이처럼 AI 서버의 고밀도화는 구리 사용량을 더욱 늘리고 있다.

△ 냉각 솔루션의 핵심 부품

AI 데이터센터에는 고성능의 엔터프라이즈 SSD(eSSD)가 대량으로 사용된다. AI 데이터센터의 확대로 인해 전체 낸드(NAND) 플래시 수요에서 eSSD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6년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에는 수십 개의 GPU가 장착되며, 각 GPU 서버에는 여러 개의 고용량 eSSD를 필요로 한다.

SSD의 주요 부품 자체에 구리가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발열을 해소하기 위한 방열판(히트싱크)의 재료로 구리가 매우 흔하게 사용된다. AI 서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성능 SSD, 특히 M.2 NVMe SSD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컨트롤러 칩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제대로 식히지 못하면 SSD의 성능이 저하되는 ‘스로틀링(Thermal Throttling)’ 현상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리 방열판이 사용된다. 구리는 알루미늄보다 열전도율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SSD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넓은 면적으로 퍼뜨려 효율적으로 열을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SSD 제조사나 서드파티 업체에서 구리 방열판을 제공하거나 SSD에 기본적으로 부착하여 판매되고 있다.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에서 구리는 열교환기 및 배관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어 서버의 열을 효과적으로 외부로 방출한다. 또한 기존 공랭식 냉각 시스템에서도 GPU와 같은 발열 부품의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히트싱크에 구리가 상당량 사용된다.

사용되는 구리 및 가공제품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구리 및 가공 제품은 매우 다양하고,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데이터센터의 효율성과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우선 전력 및 전송 부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은 초고전압 전선 및 케이블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므로, 대용량 전력 공급을 위한 전선과 케이블이 필수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가진 구리로 만들어진다.

전력 버스바(Busbar)는 서버 랙이나 전력 분배 장치 내부에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데 사용되는 두꺼운 구리 막대로, 일반 전선보다 더 많은 전류를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어 고밀도 서버 랙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고성능 AI 서버는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며, 이는 버스바의 고전류 운반 능력에 대한 수요를 더욱 키우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고전압 전기를 서버에 적합한 저전압으로 변환하는 변압기에도 구리 권선이 사용되고 전력 시스템의 핵심인 스위치기어에도 구리가 주요 부품으로 들어간다.

통신 및 데이터 전송 부문에서는 고속 통신용 구리 케이블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고속 통신용 구리 케이블은 서버 랙 내부 및 랙 간의 단거리 통신에 주로 사용된다. 엔비디아의 AI 서버 시스템(예: GB200)에는 수천 개의 구리 케이블이 사용되어 GPU 간의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서버의 마더보드, GPU 카드 등 핵심 부품의 회로 기판에도 상당량의 구리가 사용되고 있다. 회로 기판에서 미세한 구리 회로는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며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냉각 솔루션 부문에서도 구리 활용도가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히트싱크를 들 수 있는데, CPU나 GPU와 같은 고발열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하여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부품이다. 구리는 알루미늄보다 열전도율이 높아 고성능 히트싱크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액체 냉각 시스템에서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파이프와 열을 효과적으로 교환하는 열교환기에도 구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는 구리의 우수한 열전도성과 부식 저항성 때문이다.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담가 식히는 액침 냉각기술에 사용되는 열교환기 및 순환 배관 등에도 구리가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전선에만 구리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력, 통신, 냉각 등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에 다양한 형태의 가공된 구리 제품이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구리 제품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대응 구리 소재 기술, 고전도·고강도 합금 개발 활발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100조 원을 투입해 ‘세계 3강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가 꾸준히 증가할 예정인데, GPU 확보 못지 않게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또한 안정적인 전력 운용과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소재가 바로 구리이다.

한국의 구리 산업은 광물 자원이 거의 없다는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제련 기술과 고도화된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의 발달로 인해 구리의 고순도, 초박막, 초정밀 가공기술이 발달했다고 평가된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 전기차(EV),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에 사용되는 고전압/대용량용 특수 케이블 및 부스바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다른 금속 소재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에서 우위를 점하며, 전력망과 범용제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표준화된 범용제품 제조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며, 전기차 및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첨단 시장 추격 속도도 매우 빠르다.

대량 생산 시스템과 빠른 생산능력 확장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점은 언제든 한국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동관과 같은 범용 제품에서 시장 잠식이 빠르게 이뤄져 수입 규제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AI 산업을 국가 전략과제로 꼽고 있고 이를 위한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소재인 구리 및 구리 가공제품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국산 구리 및 구리 가공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 모듈용 유연 부스바, 절연 강화 기술 등 고객 맞춤형 솔루션 및 혁신적인 가공기술 개발에 더 많은 지원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AI 산업과 첨단 산업 장비의 성능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구리 소재 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고전도 합금의 경우 데이터센터와 HBM 등에서 장시간 발열에 견딜 수 있는 고신뢰성 부품이 요구됨에 따라 Cu-Cr-Zr계 등 고전도·고내열 구리 합금이 개발되고 있으며, 방열성이 뛰어난 고강도·고방열 구리 합금과 PCB 연결 커넥터용 고방열 구리 합금도 연구되고 있다. 고강도 합금은 PCB Board to Board 커넥터 협소화에 대응하기 위해 두께 80㎛ 이하의 고강도 박판 구리 소재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AI와 첨단 산업에서 구리는 가격 경쟁력, 재활용성, 대량 생산 가능성 등에서 다른 소재를 능가하며 전력 전송과 방열 부품의 전략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첨단 부품 성능을 충족하려면 구리 소재의 우수한 방열성과 함께 강도, 가공성, 내열성 등 복합적 특성이 요구된다.

국내 구리 소재 산업은 다양한 전자부품 회사가 존재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활발한 엔지니어 교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해외 업체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일본은 구리 소재 협회를 중심으로 동합금 관련 엔지니어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며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정책과 상하이 등에서 열리는 연례 기술 회의를 통해 자급률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산업 육성의 핵심과제는 노후화된 장비 기술 고도화, 특성이 우수한 신소재 개발,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AI와 첨단 산업 확산에 발맞춰 구리 소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며 향후 5~10년간 산업별 구리 수요는 데이터센터, 전기차, 자율주행, 재생에너지 등 모든 첨단 산업 분야에서 꾸준히 증가하며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전략 소재 확보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 네브라스카 미들랜즈 데이터센터의 성공 사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코센트리(CoSentry)의 미들랜드 데이터 센터는 데이터에 민감한 고객의 최대 가동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높은 공개 중복성 표준에 따라 구축되었다. 100% 구리 전원 케이블과 견고한 구리 접지 시스템은 안정성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오늘날 대부분의 데이터 센터는 Uptime Institute 1 에서 개발한 신뢰성 표준을 충족하도록 설계 및 구축되는데, 4가지 등급(Tier)로 구분된다. 미들랜즈 데이터센터는 가장 엄격한 가동시간 요구조건을 지닌 Tier 4로 지어졌다. 오마하 지역이 토네이도 발생지역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높은 안정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들랜즈 데이터센터는 데이터에 민감한 고객에 대응하여 최대 가동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이중화 기준에 따라 설계되었다.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을 위해 100% 구리 전원 케이블을 사용하고 구리를 활용한 에너지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과 견고한 전량 구리 접지 시스템은 센터의 뛰어난 신뢰성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CDA(Copper Development Association)는 미들랜즈 데이터센터 사례를 분석하며 고열·고전력 환경에서 구리가 최적의 소재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수명주기 비용이 알루미늄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유용하다는 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