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日 철강업계, 반덤핑 뚫고 다시 싸게 판다…열연강판 ‘정상화 흐름’ 균열
4분기 일본산 계약 확대·저가 오퍼 재개…보세 통로 활용한 ‘정책 회피형 수출’ 우려
열연강판 반덤핑(AD) 예비판정과 잠정관세 조치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산 수입이 4분기 들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주요 제강사들이 한국향 수출 오퍼를 재개하면서 계약 물량이 3분기 대비 늘었으며, 일부는 반덤핑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 대형 제강사들은 9월을 기점으로 수출을 재개했으며, 10월 이후 선적분은 반덤핑 이전 수준의 저가 오퍼가 재개된 형태로 유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격은 주변 경쟁국 인상 흐름과 반대로, ‘인하 오퍼’ 중심 거래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일본산 열연강판 오퍼가격은 최근 제시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산 열연강판 오퍼가격 대비 톤당 30달러 이상 낮은 가격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이후 일시적으로 줄었던 일본산 물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일본 측이 보세구역 운영을 활용해 한국향 거래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전했다.
◇ “글로벌 트렌드라더니”…日, 한국만 겨냥한 가격전쟁
일본 철강업계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만 저가 수출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시황에 따른 정상적 가격 결정임을 주장해 왔다.
반면 국내 철강업계는 “그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체가 일본밀 자신들이며, 실질적으로 한국향 가격을 낮춰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일본산 열연강판의 평균 단가는 6월 톤당 515달러에서 9월 509달러로 낮아져, 전년 동기 541달러 대비 약 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내수 열연 가격은 톤당 700~720달러 수준으로, 9월 기준 국내 수입가격 509달러 대비 200달러 이상 높았다.
일본 내수 열연강판 가격 대비 30% 가까이 낮은 수출 구조가 유지된 셈이다. 더욱이 10월 이후 유입되는 일본산 열연강판은 더욱 낮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본 철강업계의 수출가격이 한국 내수 가격 형성의 기준선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들의 수출 재개는 국내 열연강판 시장 정상화 흐름을 다시 흔드는 악순환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 관계자는 “반덤핑 조치로 국산 중심 복원 기대감이 커졌지만, 일본 측이 보세구역을 활용해 다시 저가 오퍼를 재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부가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철강업계에서는 일본 제조사들의 한국향 수출 재개가 단순한 거래 확대가 아닌, ‘덤핑형 가격 구조’의 부활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수 가격 방어를 위해 한국 시장을 저가 방출 대상으로 삼는 행위로, 결과적으로 반덤핑 제도의 근본 취지를 흔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보세 틈새’ 활용한 저가 수출…반덤핑 효과 무력화 우려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은 9월 들어 반등하며 저가 수출 기조가 되살아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일본 측이 보세구역을 활용해 한국향 수출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시장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수출 단가가 내수보다 30% 이상 낮은 구조를 유지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산 수입 물량도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2025년 일본산 열연광폭강대 수입량은 6월 7만1천 톤에서 7월 10만 톤으로 증가한 뒤, 9월에도 7만8천 톤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이어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내수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을 저가 수출 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내수 대비 수출 단가가 30% 가까이 낮은 구조는 보세 창고를 활용한 ‘정책 회피형 수출’의 재가동 신호라고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반덤핑 조치가 효과가 있었지만, 일본 측이 전략적으로 수출 단가를 조정할 경우 정책 효과는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며 “보세구역 통관과 단가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제도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23일부터 일본과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33.57%의 잠정 반덤핑관세를 부과 중이다. 부과 기간은 2026년 1월 22일까지 4개월이며, 대상은 일반 탄소강 및 합금강 열연강판이다.
잠정 관세율은 일본의 경우 ▲JFE 33.57% ▲일본제철 31.58% ▲기타 업체 32.75%, 중국은 ▲바오산 29.89% ▲벤강 28.16% ▲기타 업체 33.10%로 설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