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란산 철강재, 인니산 후판 둔갑해 국내 공급망 유입…통상 관리 사각 드러나
국제 제재 품목 ‘이란산 슬래브’ 국내 공급망 유입 정황…직접 제재 없지만 관리 필요성 부각
글로벌 제재 품목인 이란산 철강재가 인도네시아를 거쳐 국내 철강 공급망에 흘러들어오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인도네시아 현지 후판 압연업체 G사가 이란산 슬래브를 원료로 후판을 생산하고, 일부 물량이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미국과 같은 직접 제재 체계는 없지만, 제재 대상 원료가 오만산으로 위장돼 유통되는 구조가 드러나면서 원산지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지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향 수출을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후판 압연업체 G사는 최근 이란산 슬래브를 조달해 제품 생산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G사는 중국계 자본이 투입된 기업으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 이후 ‘우회 수출 조달자’로 지목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란산 원재료 투입까지 확인되며, 공급망 관리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관계자도 “G사가 최근 이란산 슬래브를 조달해 압연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산 반제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중동 경유 물량이 대체 공급원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제 철강 전문지 ‘칼라니쉬(Kallanish)’를 인용한 SEASI(동남아철강협회) 공식 뉴스룸 보도(2025년 8월)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한 재압연업체가 오는 10월 선적 기준으로 오만(Oman)을 통해 톤당 446달러에 슬래브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는 “오만은 자체적으로 슬래브를 생산하지 않는 국가로, 해당 물량은 실질적으로 이란산이 재수출된 것으로 업계가 인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이 물량의 일부가 G사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주요 압연업체에 공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G사는 기존에도 중국을 주요 슬래브 조달처로 활용해 왔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산 슬래브 가격은 톤당 약 450달러(FOB 기준)를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G사는 러시아, 베트남, 중동(이란 경유) 등 복수의 공급망을 통해 원료를 조달하는 다변화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만을 경유한 이란산 슬래브는 가격이 중국산 대비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글로벌 슬래브 가격 상승세 속에 주요 대체 수입원으로 부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산 후판의 대부분은 국내 일반 유통시장용으로 소비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니산 후판은 대부분 내수 유통용으로 사용되고, 수출용 투입 비중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제재로 직접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제재국 원료가 국내 공급망에 들어오는 구조 자체가 리스크”라며 “정부의 우회수입 조사나 원산지 검증 강화 기조를 감안하면, 추후 세관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2019년 행정명령 13871호를 통해 이란 철강·금속 산업 전반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제3국을 통한 거래까지 포괄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산 슬래브는 해당 제재 품목에 포함돼 있으나, 달러 결제나 대미 수출과 무관한 내수용 거래는 현실적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국제 금융망의 모니터링 강화 흐름 속에 이란산 원료가 포함된 유통 구조는 향후 규제·통상 관리의 사각지대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