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하면 네 번째 맹구가 탄생한다

2025-11-05     이사무엘 기자

맹구는 총 셋이다. 영구 친구 맹구, 짱구 친구 맹구, 그리고 세계 최고 축구 구단 중 하나지만 2013년부터 12년 간 끝없이 몰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총 21번의 리그에서 우승(1위)을 13번 차지했고, 단 한번도 3위 밖에서 리그를 마감한 적 없던 맨유가 2013년 시즌 중반, 순위가 9위까지 떨어지자, 조롱하는 이들이 맨유를 ‘맨유’와 ‘9위’의 각 앞 글자를 따 ‘맨9’, 즉 ‘맹구’라고 불렀다.

맨유의 추락은 구단 경영진의 안이한 태도에서 시작됐다. 맨유는 몰락 직전인 2012년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는 감독으로 영국 기사(Knight) 작위까지 받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지도력 때문이었다. 선수단 자체는 우승할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가 맨유 내외부 모두에서 있었고, 퍼거슨 감독은 해당 우승을 끝으로 은퇴했기에, 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보강을 적극 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맨유 경영진은 선수 영입 기간 거의 마지막 즈음에 가서 선수 단 1명을 영입하는 것에 그쳤다. 맨유는 결국 2013년 리그를 7위로 마감했다.

투자 실기로 한 시즌을 망치자 조급해진 경영진들은 뒤늦게 팀을 보강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한 배가 침몰을 시작하자 백약이 무효였고, 맨유의 몰락은 관성이 됐다. 맨유는 그렇게 12년간 한화 기준 약 3조3천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리그 우승은 커녕, 해당 기간 리그 평균 순위 약 6위, 특히 지난해엔 구단 최근 51년 역사에서 최악의 성적인 15위를 기록했다.

K-스틸법이 올해 8월 발의됐다. 미국 등 주요 지역 정부들이 자국 철강산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나온 법안으로, 여야의원 100명 이상이 뜻을 모았던 터라 빠른 입법이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유럽연합(EU)은 쿼터 47% 축소 등 새로운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의 주요 시장 동남아시아에선 역내 최대 철강사 호아팟이 생산능력 확장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CBAM 본격 시행도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분명, 지난해 기준 철강 수출 3위, 조강 생산 6위의 철강강국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지원의 때를 놓치면 한국 철강이 한국판 맨유가 되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다.

국회는 안이함 속에서 법안을 방치해 한국 철강을 네 번째 ‘맹구’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