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코리아] BEV 속도조절, HEV 확대…관세·환율 변수 속 생존전략

신한투자증권 박광래 연구원, 2026년 車산업 전망 발표

2025-11-04     윤지환 기자

신한투자증권 박광래 연구원은 11월 4일 ‘스틸코리아’에서 ‘2026년 자동차산업전망’ 세션발표를 진행했다. 박 연구원은 4일 발표에서 “10월 29일 미·한 관세 합의로 일단 숨을 고른 분위기지만 ‘끝나지 않는 전쟁’”이라며 “관세는 재점화될 수 있고, 부과 시 통상 달러 강세·상대국 통화 약세가 동반돼 가격 인상 효과가 환율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2018~2019년 대중(對中) 관세 당시 위안화 약세로 관세 실효성이 약화된 전례를 거론하며 “2025년에도 정책과 환율이 맞물리면 미국의 수입대체·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원화 약세의 ‘명암’을 짚었다. 해외 달러매출의 원화 환산이익 확대, 국내 생산·수출차의 채산성 개선, 달러표시 가격을 할인해도 본사 원화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여지, 해외법인 이익의 원화 반영 확대,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 등은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철강·알루미늄 등 달러결제 원자재·부품비와 환헤지 비용 증가는 수익성 상쇄 요인이라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기본 시나리오는 “원·달러 1,400원대의 고착 위험”으로, 단기간 1,300원대 복귀는 어렵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최근 논의되는 ‘약달러 유도’ 정책에 대해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마이런(연준 이사) 보고서를 인용해 외환보유고 사용료 부과, 동맹국 보유 미 국채의 영구채 강제 교환, 외화안정기금(ESF)·연준 발권력을 통한 외채 매입 등 4개 시나리오를 소개하며 “달러 유동성·신뢰 훼손, 디폴트 간주 위험, 인플레이션 자극과 낮은 정책 실현 가능성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실행과 무관하게 논의 자체로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특정국(한국·일본 등) 선택적 적용만으로도 국가 이슈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미국 시장은 ‘불편한 호황’을 전망했다. 관세 시행 전 봄철 선수요와 9월 말 EV 세액공제 종료 전 ‘러시’가 상반기 판매를 떠받치겠지만, 이는 당겨진 수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0월 미국 EV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며 “역기저가 본격화되면 2025년 연간 판매는 -4~-5% 감소 가능성이 있고, 2026년 EV 점유율도 9%로 1%p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할부금리(APR)의 높아진 레벨, 35세 이상을 중심으로 약화된 소비심리, 높은 자동차 관련 고정비는 신차 수요 제약 요인으로 제시됐다.

유럽의 경우 비용 압박과 중국산 공세가 겹친다. 박 연구원은 “에너지 비용·탄소규제 강화로 현지 생산비가 오르는 가운데 충전 인프라 제약과 차량 고가로 배터리전기차(BEV) 성장세가 둔화했고, 공백을 HEV·PHEV가 흡수 중”이라며 “국가별 인프라·소득 격차를 고려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가올 비용 요인(CBAM 등)은 유럽 기반 OEM 수익성에 부담이지만, 현대차·기아에는 점유율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략 축은 ‘BEV 속도조절’과 ‘HEV 확대’다. 그는 “글로벌 OEM 다수가 BEV 목표를 하향하며 속도를 늦추는 가운데, HEV는 보조금 없이도 납득 가능한 가격과 연비를 제공한다. OEM 입장에서도 기존 ICE 설비·공급망을 활용해 원자재 변동성 노출을 줄일 수 있다”며 “다만 대량생산 학습곡선과 초기 투자비는 후발주자에 진입장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본은 HEV 특허·양산 경험에서 우위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생산거점과 수익성 방어의 해법으로는 현대차 조지아 ‘메타플랜트’를 꼽았다. 박 연구원은 “순수 EV 공장에서 EV·HEV 혼류 생산으로 설계를 바꿔 수요 변동 시 가동률 80% 이상을 노릴 수 있다”며 “단기 6~7%까지 낮아진 영업이익률(OPM)을 2030년 8~9%로 회복하는 로드맵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A급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한 자본비용 경쟁력, 명확한 주주환원 로드맵은 변동성 구간일수록 기업가치의 방어선”이라고 평가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그는 “현대차·기아의 12개월 선행 PER 5~6배는 도요타·혼다(10~11배) 대비 여전히 낮다. 코스피·니케이 리레이팅 국면을 감안하면 ‘한국 디스카운트’ 논리는 약화됐고, 8~10배 수준만 반영돼도 업황과 무관하게 리레이팅 여지는 크다”고 말했다. 완성차 물량(Q) 정체 구간에는 전장·서비스 비중이 높은 부품주가 차별화될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AS 부문 20%대 수익성·전장 성장)와 HL만도(전동화 섀시·제동·조향, ADAS 고객 다변화)를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장기 과제로는 제조 인력·인프라 부족 해소와 로봇 도입을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 공장은 복잡하지만 통제된 반복 환경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 데이터 축적에 최적이며, 인력난·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면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차량 수명이 연장되면 교체주기가 늘어나 자동차용 강재 수요는 구조적으로 둔화할 수 있다”며 철강업계의 비차량 분야 확장을 주문했다.

박 연구원은 “2025년 상반기는 환율 효과와 선수요로 지표가 견조할 수 있으나, 하반기에는 관세·보조 축소의 후유증과 원가 상방 압력을 경계해야 한다”며 “HEV 믹스 확대, 북미 현지화율 제고, 혼류 생산 유연성, 일관된 주주환원 로드맵이 기업가치 방어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